지난달 벌어진 태국 야생 코끼리의 편의점 털이는 심각한 서식지 감소 때문이라는 최종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야생동물의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서식지도 보장하지 않으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은 요원하다고 학자들은 경고했다.
태국 카오야이 국립공원(Khaoyai National Park)은 15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지난 6월 2일 나콘랏차시마 모처의 편의점에 들어가 바나나와 과자를 훔쳐 먹은 코끼리는 서식지 감소로 만성적인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플라이 비앙 렉이라는 이름의 수컷 코끼리는 27살로 지역에서는 소문난 먹튀다. 이전에도 농가에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 막 자라나는 채소를 뽑아 먹고 달아나곤 했다.

전례가 없는 코끼리의 편의점 습격 건을 조사한 카오야이 국립공원은 플라이 비앙 렉이 농가의 채소 만으로는 굶주림을 해결하지 못하고 인간이 상주하는 편의점을 털었다고 결론 내렸다.
공원 관계자는 “문제의 코끼리가 사람이 운영하는 시설에 처음으로 들이닥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다행히 다친 사람이 없고, 가게의 피해도 800바트(약 3만4000원)로 미미했지만 근원이 되는 서식지 감소는 커다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플라이 비앙 렉은 엄연히 나콘랏차시마 주정부가 관리하는 카오야이 국립공원에서 살고 있다”며 “국립공원 부지가 농지 확대로 점점 좁아지면서 코끼리가 마음 놓고 살아갈 터전이 이전보다 많이 좁아졌다”고 아쉬워했다.

카오야이 국립공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태국 전역에는 코끼리 약 4000마리가 서식 중이다. 그중 일부는 인간 생활권과 겹치는 곳까지 행동 범위를 넓히고 있어 이번과 같이 사람과 코끼리의 접촉이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공원 관계자는 “사람과 코끼리가 안심하고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지금부터라도 고민해야 한다”며 “야생동물들이 살아가는 터전과 사람의 정주 공간 사이의 바람직한 거리를 시급하게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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