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나다에서 발생한 폭풍우 속에서 빛나는 구체가 목격돼 시선이 집중됐다. 제보 영상이 여럿 올라오면서 구체의 정체를 둘러싸고 다양한 가설이 제기됐는데, 일부 학자들은 구전현상(ball lightning)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달 2일 캐나다 앨버타 주에서 이상한 빛 덩어리가 발생해 SNS가 한바탕 난리가 났다. 폭풍우 속에서 갑자기 눈부신 둥근 빛이 나타나 잠시 떠돌다가 사라졌는데, 이를 담은 영상이 SNS와 유튜브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앨버타 주 에드먼턴에 거주하는 에드 파디 씨도 당시 빛 덩어리를 촬영했다. 집 부근을 폭풍우가 덮쳤고 토네이도 주의보도 발령돼 종일 신경이 곤두섰다는 그는 오후 7시경 자택에서 뇌우를 바라보다 약 1㎞ 떨어진 지점에 나타난 빛 덩어리에 주목했다.

그는 지역 언론에 “번개의 섬광이 사라진 직후 눈부신 구체가 나타났다”며 “구체는 점점 커져 굉장히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금방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아내가 제 옆에서 빛 덩어리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며 “영상을 확인해 보니 구체는 최소 23초 동안 형태를 유지했다. 이런 현상은 생전 처음 본다”고 덧붙였다.
부부에 따르면 구체는 심한 폭풍우 속에 낙뢰가 떨어진 후 지상에서 6m 정도 공중에 뜬 채 나타났다. 빛 덩어리는 이윽고 땅으로 내려와 수평으로 이동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아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에드 파디 씨는 “동그란 빛은 마지막에 ‘펑’ 소리를 내며 형태가 무너져 사라졌다”며 “영상을 근처 대학교 학자들에게 보여줬는데 집 근처에서 터졌다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부부의 것을 비롯해 다양한 제보 영상을 접한 학자들은 두 가지 가설을 세웠다. 하나는 구전현상, 다른 하나는 아크 방전(electric arc)이다. 구전현상은 구뢰라고도 부르며 뇌우 시에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예로부터 목격 정보가 있으나 발생 원리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구전현상 시 나타나는 발광구는 대개 10~30㎝이며 개중에는 1m가 넘는 큼직한 것도 있다. 지난 5월 미국 내슈빌에서 목격된 것은 50㎝가 넘었다. 구전은 주황색부터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흰색 등 색상도 다양하다.

아크 방전은 전극 사이에 고전압 전위차가 발생해 공기나 가스를 이온화시켜 플라즈마 상태로 만드는 전기적 현상이다. 주로 용접, 전기용광로에서 관찰된다. 드물게 번개가 칠 때 나타나는데, 상당히 높은 전류 밀도와 열을 동반한다.
한 전문가는 “앨버타의 구체가 낙뢰 직후 발생한 점, 공 모양으로 번쩍인 점, 몇 초 동안 빛을 내며 공중을 떠다닌 점에서 구전현상의 특징이 여럿 확인됐다”면서도 “이 현상은 수수께끼로 가득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아 확신은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 전문가는 “아크 방전은 강풍이나 낙뢰 등에 의해 송전선이 일으키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영상을 보면 아크 방전에 의한 발광으로 볼 수 있으나, 송전선이 근처에 없었다는 제보자들 말로 볼 때 이 역시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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