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가 자주 아프고 설사와 복통이 반복되는데도 진단은 늘 “스트레스성 장염”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이었다면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할 질환이 있다. 최근 젊은 층에서 급격히 증가 중인 ‘염증성 장질환(IBD)’이다. 이 질환은 단순한 기능성 문제가 아니라, 장 안에 만성 염증이 생기고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구분된다.
특히 20,30대 환자 수가 빠르게 늘며 최근 국내 유병자 수가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론 멀쩡하지만, 속은 만성 염증으로 망가지는 젊은 장. 그 정체와 원인을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IBD는 ‘기능성’이 아닌 ‘염증성’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다. 두 질환 모두 장벽에 지속적인 염증이 발생하며, 증상이 수개월 이상 반복되거나 악화와 완화를 되풀이한다. 과민성 장증후군처럼 배가 자주 아프고 설사를 하기도 하지만, 기능적 문제와 달리 실제 조직에 염증이나 궤양이 존재한다는 것이 핵심 차이점이다.
특히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기관에 염증이 생길 수 있고,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국한되지만 혈변, 체중감소, 피로감, 미열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겉보기에 단순한 장 트러블처럼 보여 방치되기 쉽지만, 조기 진단이 늦어지면 장협착, 천공, 영양실조, 심지어 대장암 위험까지 높아진다.

20,30대 환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에 많이 발병하던 이 질환이 최근 들어 30대 중반까지도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서구화된 식습관, 과도한 항생제 사용, 미생물 다양성 감소, 만성 스트레스를 지목한다. 특히 인스턴트 위주의 식사, 수면 부족, 과음, 장기적인 좌식 생활이 장내 면역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장 점막을 약하게 만들어 만성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구조를 만든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디스바이오시스)이 크론병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과도한 위생 상태와 유년기 항생제 노출이 정상적인 면역 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분석도 있다.

단순한 복통이 아니라 전신 질환의 전조일 수 있다
IBD는 장에 국한된 질환 같지만 실제로는 피부염, 관절염, 안구염, 간질환 등 전신에 염증 반응이 퍼질 수 있는 다기관 질환이다. 특히 크론병 환자 30% 이상은 관절통이나 눈의 염증 같은 장외 증상을 함께 겪으며, 이로 인해 단순한 소화기 증상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까지 발전되기도 한다.
또한 장 점막이 지속적으로 손상되면 영양소 흡수가 떨어지고, 이로 인한 빈혈, 비타민 결핍, 체력 저하가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준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은 병원을 가도 기능성 장 질환으로 오진되기 쉽고, 진단이 지연되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많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대장내시경, 조직검사, 염증 수치 검사 등 복합적인 정밀 진단이 필요하며, 자가 진단에 의존해선 절대 안 된다.

조기 치료가 가장 강력한 예방법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아직까지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이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면역 조절 치료나 항염증 약물로 염증을 억제하면, 합병증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 진단되면 장 수술이나 생물학적 제제 투여 같은 고강도 치료를 피할 수 있고, 삶의 질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크론병은 흡연과 음주가 예후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진단 후엔 반드시 생활 습관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도 염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정기적인 내시경과 약물 조절이 필수다. 특히 젊은 환자일수록 직장생활과 학업에 영향 없이 조절 가능한 ‘초기 대응’이 핵심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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