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은 몸과 뇌를 회복시키는 필수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많이 자면 더 좋다’는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로 지나치게 긴 수면 시간은 뇌 건강, 특히 인지 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겪는 사람들일수록 수면 시간이 길수록 오히려 뇌 기능이 더 나빠지는 경향을 보인다. 자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몸이 회복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뇌의 구조와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다.

‘8시간 이상 자면 뇌에 좋다’는 생각은 편견일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내외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9시간 이상 자야 개운하다고 느끼고, 심지어는 10시간 이상 자는 게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지속적으로 과도한 수면을 취하면 뇌의 활동성과 정보 처리 능력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여러 인지 기능 검사에서 수면 시간이 9시간을 넘는 사람들은 6~7시간 수면을 취한 사람들에 비해 언어 기억력, 주의력, 반응 속도에서 낮은 점수를 보이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이는 단순한 휴식이 아닌 비정상적인 뇌 회로 활동의 반영일 가능성이 있다.

과다 수면은 뇌의 회복이 아닌 ‘비활성화’ 상태로 이어진다
깊은 수면이 이어질수록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고, 외부 자극에 덜 반응하는 ‘회복 모드’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 상태가 과하게 오래 지속되면 뇌세포 간의 연결이 일시적으로 비활성화되며, 뉴런 사이의 신호 전달 능력이 둔화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쉽게 말해, 너무 오래 자면 뇌가 일종의 ‘절전 모드’에 빠져버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다는 뜻이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이로 인해 기억력, 판단력, 공간 인지력 등이 눈에 띄게 떨어질 수 있다.
또한 과다 수면은 뇌혈류량을 줄이거나, 특정 뇌 영역의 대사율을 낮춰 오히려 깨어 있는 시간 동안 피로감을 더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울 증세가 있을수록 과다 수면의 부작용은 더 커진다
우울증 환자들은 잠이 많거나, 하루 대부분을 자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정서적 탈진과 도파민 시스템 기능 저하로 인한 반응이다. 문제는 이런 상태에서 장시간 수면을 반복하면, 뇌의 감정 조절 회로와 의욕 시스템이 더 무뎌지고 회복이 더뎌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우울증과 함께 수면 과다 상태가 반복될 경우 전두엽 기능 저하와 기억력, 집중력 손실이 더 빨리 진행되는 경향이 확인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울 증세가 있는 사람에게는 ‘더 자라’는 조언보다 ‘수면 패턴을 조절하라’는 접근이 더 효과적이다.

좋은 수면은 ‘시간’이 아니라 ‘리듬’과 ‘질’이 결정한다
건강한 수면은 단순히 오래 자는 게 아니라, 깊이 있는 수면을 일정한 시간대에 취하고, 적절히 깨는 리듬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수면 패턴은 밤 11시 이전에 잠들고, 오전 6~7시 사이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리듬을 따르는 것이다. 또 잠이 드는 시간보다 더 중요한 건 깊은 수면 단계가 얼마나 잘 유지되느냐다.
수면의 질이 좋으면 6~7시간만 자도 충분한 회복이 가능하고, 반대로 수면의 질이 나쁘면 9시간 이상 자도 피로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인지 기능과 뇌 건강을 지키고 싶다면 길게 자려는 습관보다, 일정하고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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