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세 끼 같은 양의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몸이 똑같이 반응하는 건 아니다. 음식의 종류뿐 아니라 언제 먹느냐가 대사 효율과 혈당 반응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실제로 같은 양의 탄수화물이나 지방이라도 아침과 점심에 먹을 때와, 저녁 늦게 먹을 때 인슐린 반응과 혈당 수치가 달라지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식사 시각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체중 관리, 당뇨 예방, 대사 증후군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 몸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생체 리듬이 있다
사람의 몸은 24시간 동안 특정한 생물학적 리듬을 따르고 있다. 이를 서카디안 리듬이라 부르며, 이 리듬은 호르몬 분비, 체온, 대사 속도, 소화 효소 활성 등 대부분의 생리작용을 조절한다. 특히 인슐린 분비와 포도당 처리 능력은 오전에 가장 활발하고, 오후가 되면서 점차 둔해진다.
즉, 같은 음식을 오전 8시에 먹으면 혈당이 빠르게 안정되고, 오후 8시에 먹으면 같은 양이라도 혈당이 더 오래 오르고 천천히 내려간다. 이런 생체 리듬은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수면 장애, 야식 습관, 교대근무자가 대사질환에 더 취약한 이유이기도 하다.

인슐린 민감도는 ‘오전>오후>야간’ 순으로 떨어진다
아침과 점심 시간대에는 인슐린 민감도가 높다. 인슐린 민감도란 간단히 말해 인슐린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포도당을 처리하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민감도가 높으면 같은 음식도 혈당이 빠르게 떨어지고, 지방으로 전환되지 않고 근육이나 간에 잘 저장된다. 하지만 저녁 이후, 특히 밤 10시 이후에는 인슐린 민감도가 떨어져서 혈당이 오래 머물고, 쉽게 지방으로 전환되며 체지방 축적 가능성이 커진다.
이로 인해 야식이나 늦은 저녁 식사는 당뇨병, 복부비만, 고지혈증 위험을 크게 높인다. 실제로 식사 시간이 늦어질수록 공복 혈당 수치도 높아지는 경향이 관찰되고 있으며, 이는 밤 사이 체내 에너지 대사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간과 근육의 에너지 저장 능력도 시간에 따라 다르다
음식에서 섭취한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전환돼 간과 근육에 저장된다. 그런데 이 저장 능력조차도 시간에 따라 다르다. 아침과 점심에는 간의 글리코겐 저장 용량이 충분하고, 운동량도 상대적으로 많아 저장 효율이 높다. 반면 저녁 이후엔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고, 간의 저장 능력도 한계에 도달해 포도당이 지방산으로 전환되어 중성지방으로 축적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
따라서 똑같은 탄수화물이라도 오전에 먹으면 에너지로 바로 사용되거나 저장되고, 밤에 먹으면 쉽게 체지방으로 변하게 된다. 이 점은 체중 조절뿐 아니라 내장지방 축적을 피하고 싶을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실천 방법은 ‘첫 식사를 최대한 이르게, 마지막 식사는 일찍’으로
이런 생체 리듬을 활용하기 위해선 하루 첫 식사는 오전 8시 이전, 마지막 식사는 오후 6~7시 사이에 마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최근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도 이 같은 원리를 따른 방식으로, 섭취 시간을 낮 시간대에 집중하는 것이 포인트다.
또한 아침 식사를 거르면 인슐린 민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가벼운 한 끼라도 반드시 챙기는 것이 좋다. 특히 탄수화물 섭취는 아침과 점심에 집중하고, 저녁에는 단백질과 채소 위주의 식사로 조절하면 혈당 반응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는 체중 감량보다 더 중요한, 혈관 건강과 당대사 안정에 실질적인 효과를 주는 식사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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