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의 영광을 누린 고대 도시 카라콜의 유적에서 초대 왕의 무덤이 발굴됐다. 카라콜에서는 지금껏 왕족으로 추측되는 인물의 호화로운 무덤이 몇 기 파악됐지만 마야 기록과 일치하는 왕, 더욱이 왕조의 시조가 묻힌 묘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휴스턴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중앙아메리카 벨리즈의 정글에 잠든 마야의 고대 도시 카라콜에서 초대 왕 테 카브 차크의 무덤을 찾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수십 년에 걸쳐 카라콜 발굴조사를 이어온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마야 왕조의 역사를 자세히 알려줄 뿐만 아니라, 마야가 멕시코 고대 도시 테오티우아칸과 의외로 빨리 외교관계를 맺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중앙아메리카 소국 벨리즈 서부와 과테말라 사이에 자리한 카라콜은 650년 절정기에 1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마야 최대 도시였다. 원래 현재 과테말라에 자리한 마야 대도시 티칼에 종속해 있다가 562년 마야 중부 도시 칼라크물과 동맹을 맺고 티칼과 싸워 지역 패권을 차지했다.
휴스턴대 카라콜 발굴에 참여한 마야 전문 고고학자 알렌 체이즈(71) 박사는 “이러한 발전의 초석을 마련한 것이 331년 즉위한 카라콜의 초대 왕 테 카브 차크”라며 “그의 무덤은 왕족의 신전에서 발견됐고, 매장된 시신의 치아가 없는 점에서 고령에 사망했다는 기록과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무덤에서는 비취를 깎은 데스마스크나 조각품, 보석 귀걸이 3쌍, 펜던트, 조개껍데기, 거북 등딱지 등 호화로운 부장품이 나왔다”며 “거미나 원숭이를 본뜬 조각품도 있어 마야 문화가 동물을 중요시한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테 카브 차크 왕의 무덤이 350년 안팎에 조성됐다고 추측했다. 현재 멕시코시티 근교에 자리했던 거대 도시 테오티우아칸은 378년 마야 저지대로 진출했다고 학자들은 여겨왔는데, 이번 무덤은 그보다 빠른 시기에 만들어졌다.
알렌 체이즈 교수는 “당시 마야의 왕들은 이미 멕시코 중부의 강대국 테오티우아칸과 외교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음을 시사한다”며 ” “이번 무덤 외에도 같은 시기 다른 묘 2기가 나왔는데 한쪽에서 테오티우아칸에서 반입된 것으로 보이는 병기 일부가 확인됐다”고 언급했다.

특히 연구팀은 테 카브 차크와 같은 초기 마야 왕들이 테오티우아칸과 외교적 관계를 중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카라콜과 테오티우아칸은 무려 1200㎞ 떨어져, 도보로 이동하면 지형 등을 고려할 때 150일가량 소요된다. 그럼에도 당시 지배층이 어떠한 수단으로 접촉하고 있었다는 것은 마야인의 국제 관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고 연구팀은 봤다.
연구팀은 향후 테 카브 차크 왕의 유골 DNA 분석을 실시하고, 안정동위체 측정을 통해 그의 출신과 생활상 등을 자세히 규명할 계획이다. 이렇게 얻은 성과는 미국 뉴멕시코 산타페연구소에서 8월 열리는 마야 학회에서 발표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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