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안데스산맥의 고지대에서 신종 개구리 3종이 한꺼번에 특정됐다.
페루 생물다양성연구소 헤르만 차베스 박사 연구팀은 16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페루 북부 우앙카밤바산맥과 안데스산맥이 맞닿은 외딴 고지대에서 신종 개구리 3종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우앙카밤바산맥 고지대의 생물다양성을 파악하기 위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사를 진행했다. 사람이 전혀 다니지 않는 깊은 산중을 직접 걸어 다니며 장기간 관찰조사를 벌인 연구팀은 각기 다른 환경에 적응한 독특한 개구리들을 찾아냈다.

차베스 박사는 “미지의 자연을 들여다본 우리의 도전은 안데스의 심오한 생물다양성의 일단을 드러냈다”며 “우앙카밤바산맥은 남미대륙을 종단하는 안데스산맥의 북서부 페루 산악지역에 위치하며 항상 안개나 구름에 싸여 어떤 생물이 사는지 알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 지형은 매우 험준하고 지면은 상당히 미끄럽다. 날씨는 급격히 변화하고 도로도 없어 그동안 학술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프리스티만티스속(Pristimantis) 개구리를 3종이나 확인한 것은 커다란 성과”라고 자평했다.
프리스티만티스속은 무미목 스트라보만티스과(Strabomantidae)에 속한다. 남미를 중심으로 약 620종 이상이 분포하며, 원래 안데스와 같은 고지에 다수 서식한다. 알에서 올챙이가 아닌 작은 개구리가 태어나는 직접발생(direct development)을 하는 특이한 종이다.

서로 다른 지형과 기후 조건에서 발견된 신종 개구리는 각각 프리스티만티스 칭겔라스(Pristimantis chinguelas), 프리스티만티스 누녜스코르테지(Pristimantis nunezcortezi), 프리스티만티스 욘케(Pristimantis yonke)로 명명됐다.
프리스티만티스 칭겔라스는 칭겔라스산(Cerro Chinguelas) 절벽에 붙어 산다. 몸에 커다란 돌기가 있고 ‘삐삐’ 하고 고음역대 울음소리를 낸다. 프리스티만티스 누녜스코르테지는 삼림 주변의 실개천에 서식하며 겨드랑이와 발밑에 검은 반점이 났다.
3종 중 몸집이 가장 작은 프리스티만티스 욘케는 해발 약 3000m에 자라난 파인애플과 식물 브로멜리아의 잎 사이에서 발견됐다. 욘케는 현지인들이 매서운 추위를 견디기 위해 마시는 사탕수수 증류주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학계는 연구팀이 3년 넘게 이끼가 낀 원시림과 습지, 급경사면 등 길이 없는 곳을 어렵게 조사한 끝에 귀중한 성과를 냈다고 주목했다. 연구팀은 야간 조사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5~6시간 계속 걷기도 했다. 헬멧에 착용한 램프로 지면이나 식물, 물가를 비추면서 양서류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차베스 박사는 “신종 개구리를 찾은 것 자체는 생물학적으로 큰 성과지만 조사 과정에서 낙관할 수 없는 현실도 드러났다”며 “산중에는 화전과 삼림벌채로 인한 환경 파괴의 흔적이 남았다.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 환경이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안데스의 자연은 아직도 많은 미발견 생물이 분포할 가능성이 있다”며 “발견도 하기 전에 멸종되지 않도록 이 자연을 지키는 것이 동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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