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관리의 기본으로 늘 강조되는 게 바로 수분 섭취다. 하루 2리터 이상 물을 마셔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익숙할 정도다. 하지만 이 말이 무조건적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실제로 물은 적게 마셔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무더운 날씨나 다이어트를 이유로 하루 수십 잔씩 물을 억지로 마시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분 과다 섭취’로 인한 부작용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물은 약이지만, 넘치면 독이 된다.
과도한 수분 섭취는 ‘저나트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물을 지나치게 마시게 되면 혈액 내 나트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는 상태가 된다. 이를 저나트륨혈증이라고 하며, 전해질 불균형 중에서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다. 보통 건강한 사람의 나트륨 수치는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5리터 이상 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혈액이 묽어지면서 나트륨이 희석돼 버리게 된다.
이로 인해 두통, 구역감, 근육경련은 물론 심한 경우 의식 저하, 혼수, 경련까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운동 후 탈수 예방을 위해 물만 마시는 것은 오히려 치명적일 수 있다. 이때는 반드시 전해질이 포함된 이온음료나 적절한 나트륨 섭취가 병행돼야 한다.
수분중독은 신장의 배설 한계를 넘길 때 발생한다
건강한 성인의 신장은 1시간에 약 0.8~1.0리터 정도의 수분만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양을 초과하는 속도로 물을 들이키게 되면 신장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혈액과 세포 사이에 과잉 수분이 쌓이기 시작한다. 이 상태를 수분중독(water intoxication)이라고 부르며, 초기에는 배뇨 증가와 복부 팽만 정도로 느껴질 수 있지만 점차 뇌압이 상승하고, 세포 내 수분이 과다해지면서 신경계 이상까지 유발하게 된다.
즉, 물을 많이 마셨는데도 이상하게 더 어지럽고 피곤하다면 수분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체구가 작은 여성이나 신장 기능이 떨어진 노인은 더 빨리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갈증이 없는데 억지로 마시는 물은 오히려 독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물을 자주 마셔야 피부가 좋아진다’, ‘노폐물이 빠진다’는 말에 하루종일 텀블러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하지만 인체는 갈증을 통해 이미 필요한 수분 신호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으며, 이 경고 없이 억지로 마시는 물은 불필요한 신장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또한 배뇨 횟수가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오히려 체내에서 필요한 미네랄까지 배출되는 부작용도 생긴다. 심한 경우는 혈압 저하나 심장 리듬 이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물은 ‘적절한 시기’에 ‘적당히’ 마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적정 수분 섭취량은 체중과 활동량에 따라 달라진다
하루 2리터 물이라는 기준은 사실 평균적인 수치일 뿐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체중이 작고 활동량이 적은 사람은 1.5리터도 충분할 수 있고, 땀을 많이 흘리는 노동자나 운동 선수는 3리터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체격과 하루 생활 패턴에 맞춰 수분 섭취량을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소변 색이 연한 노란색을 유지할 정도’면 수분 섭취가 잘 되고 있는 상태라고 조언한다. 반대로 소변이 맑고 무색에 가까우면서도 자주 마렵다면 이미 과도하게 수분을 섭취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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