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토는 알겠고, 그 다음은 어디?
일본 감성 여행을 떠올리면 대부분 교토(京都, きょうと)를 먼저 말한다. 전통 거리, 고즈넉한 신사, 단풍과 벚꽃, 거기에 유카타까지. 하지만 교토가 전부는 아니다. 일본엔 아직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 깊이 있는 감성을 품은 소도시들이 존재한다. 조용한 골목, 로컬 시장, 슬로우한 공기. 이번엔 그런 감성 가득한 일본 소도시 5곳을 소개한다. 교토를 이미 다녀왔다면, 다음 여행지는 여기 중 하나가 될 거다.

1. 카나자와 – 북쪽의 작은 교토 (金沢市, かなざわし)
호쿠리쿠 지방에 위치한 카나자와는 흔히 ‘작은 교토(小京都, しょうきょうと)’라고 불린다. 하지만 단순히 교토를 닮은 도시라고만 하기엔 아깝다. 이 도시엔 자체의 결이 있다. 히가시차야가이(東茶屋街, ひがしちゃやがい)엔 실제 운영 중인 전통 찻집과 골동품 상점이 줄지어 있고, 겐로쿠엔(兼六園, けんろくえん)은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불릴 만큼 사계절의 아름다움이 뚜렷하다.
특히 이곳은 비 오는 날 걷기 좋은 도시다. 젖은 돌길, 낮게 깔린 운무, 그리고 찻집에서 새어나오는 조명까지 감성을 촉촉하게 채워준다.

2. 구라시키 – 시간이 멈춘 듯한 운하 마을 (倉敷市, くらしきし)
오카야마현의 구라시키는 정말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도시다. 비칸지구(美観地区, びかんちく)라고 불리는 구시가지엔 하얀 흙벽 창고와 전통 상점, 그리고 잔잔한 운하(運河, うんが)가 흐른다. 관광객 수가 적어 한적하고, 조용하게 산책하기에 딱 좋다.
이곳은 특히 소소한 사진 찍기 좋은 장소가 많다. 유카타 대여점도 있고, 운하 위를 유람하는 작은 보트도 탈 수 있어서 커플이나 감성 혼행족들에게 인기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걷기만 해도 좋은 도시’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3. 마쓰에 – 물과 신사의 도시 (松江市, まつえし)
시마네현의 마쓰에는 신사의 기운과 호수의 여유가 공존하는 도시다. 특히 일본 신화의 고향이라 불리는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 いずもたいしゃ)와 함께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 도심엔 신지호(宍道湖, しんじこ)라는 큰 호수가 있고, 일몰 풍경으로는 전국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여기선 전통 유람선 호리카와 유센(堀川遊覧船, ほりかわゆうらんせん)을 타고 마쓰에성 주변을 도는 체험도 가능하다. 봄엔 벚꽃, 가을엔 단풍이 물들고, 겨울엔 고즈넉한 분위기 그 자체가 매력이다.

4. 다카야마 – 알프스 아래 고즈넉한 산중 도시 (高山市, たかやまし)
기후현의 다카야마는 일본 알프스라 불리는 히다 산맥 아래에 위치한 소도시다. 겨울에 특히 감성 충만한 도시로, 눈 내린 전통 거리(古い町並み, ふるいまちなみ)를 걷다 보면 애니 속 장면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거리엔 고풍스러운 여관과 장인들의 공방, 작은 양갱 가게들이 있다.
근처엔 시라카와고(白川郷, しらかわご)도 있어 함께 여행 루트로 구성하면 이상적이다. 히다규(飛騨牛, ひだぎゅう) 같은 지역 먹거리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조용한 산중에서 일본의 전통을 깊게 경험하고 싶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5. 오부세 – 예술과 감성이 공존하는 마을 (小布施町, おぶせまち)
나가노현의 작은 마을 오부세는 ‘홋코리’한 감성이 절정인 곳이다. 가장 유명한 건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かつしかほくさい)의 작품이 남아 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점. 예술적 감수성이 도시 전체에 흐르고, 밤이 되면 전통 등불이 골목을 은은하게 밝힌다.
오부세는 특히 가을이 예쁘다. 밤(栗, くり)으로 유명한 지역이라 밤을 활용한 디저트 카페들이 많고, 조용한 공방에서 체험 클래스도 즐길 수 있다. 감성 충만한 정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이 마을은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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