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태양 탐사선이 7년간 모은 정보들이 오랜 세월 학자들이 풀지 못한 태양 코로나 가열 문제의 열쇠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코로나 가열 문제의 새 가설 헬리시티 배리어(Helicity Barrier)의 정체도 풀릴지 학계가 주목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태양 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Parker Solar Probe)가 7년에 걸쳐 입수한 관측 데이터를 통해 태양 최대의 의문점 코로나 가열 문제의 비밀을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헬리시티 배리어는 태양의 외층 대기 코로나 속에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 벽이다. 학자들은 헬리시티 배리어가 자기장의 비틀림에 의해 형성되는 물리적인 장벽이며, 에너지의 흐름이나 플라즈마의 가열에 깊이 관여한다고 본다.

헬리시티 배리어는 천문학계의 오랜 난제 태양 코로나 가열 문제를 설명할 열쇠로 꼽혀 왔다. 코로나 가열 문제는 태양 코로나의 온도가 태양 광구(표면)보다 훨씬 높은 현상을 말한다. 이는 열은 고온에서 저온으로 이동하고 스스로 고온으로 옮겨가지 않는다는 열역학 제2법칙에 위배된다.
NASA는 영국 퀸메리런던대학교 및 뉴질랜드 오타고대학교 공동 연구팀과 협력해 헬리시티 배리어의 정체 규명에 힘써왔다. 이 활동의 핵심은 2018년 NASA가 쏘아 올린 태양 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다.
인류 역사상 태양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파커 솔라 프로브는 2021년 사상 처음으로 태양 코로나에 뛰어들어 그 주변의 극한 환경을 지구에 전달했다. 2023년 6월 27일에는 태양 표면에서 약 900만㎞까지 근접하는 위대한 업적을 세웠다.

값진 성과에 고무된 NASA는 올해 파커 솔라 프로브를 태양 표면으로부터 약 620만㎞ 이내까지 근접시킬 계획을 세웠다. 지난 6월 24회차 근접 비행에서는 시속 69만2000㎞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 기록도 작성했다.
이 탐사선에 의해 수집된 정보들은 지구 주성의 비밀을 해명하는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특히 태양 각부의 온도차 설명이 가능할 것으로 학자들은 기대한다. 태양에서 가장 뜨거운 부분은 1500만℃에 이르는 핵이며, 광구는 5500℃로 훨씬 온도가 낮다. 다만 그 바깥으로 퍼지는 코로나는 최대 온도가 200만℃에 달한다.
즉 태양은 표면까지는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온도가 내려가다가, 그곳을 경계로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온도가 올라가는 역전 현상을 보여준다. 이런 코로나 가열 문제의 원인으로는 두 가지 가설이 제창됐다.

하나는 이온 사이클로트론파로 불리는 자기 난류가 코로나를 가열한다는 설이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수소와 헬륨, 산소 같은 가스 속 이온은 가열되면서 전자는 그다지 뜨거워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자기파 관계설이다. 이 가설로는 코로나 가열 문제의 핵심인 극심한 온도차는 설명할 수 있지만 태양 표면으로부터 발생하는 자기파의 양이 이론만큼 크지 않다.
두 가지 가설을 절충해 새로 제창된 것이 바로 헬리시티 배리어다. 퀸메리런던대 천체물리학자 크리스토퍼 첸 박사는 “코로나 가열은 경사를 흐르는 물에 비유할 수 있다”며 “언덕 아래에 전자가 있고 헬리시티 배리어가 물을 막는 댐 역할을 하면서 이온 사이클로트론 파로 변환한다. 즉 수소와 헬륨, 산소 등 이온은 비정상적으로 고온이 되는데도 전자는 비교적 차가운 채로 머문다”고 설명했다.

이어 “헬리시티 배리어 가설은 장막에 의해 난류 에너지가 사라지는 과정이 변화하고 플라즈마가 가열되는 방식 또한 달라지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런 과정을 실제 증명하는 것이 과제였는데, 파커 솔라 프로브의 데이터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헬리시티 배리어가 형성되려면 열에너지가 자기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특정 조건이 필요하다. 때문에 연구팀과 NASA는 자기장의 변동과 함께 태양풍의 열에너지 및 자기 에너지의 비율에 집중했다. 파커 솔라 프로브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자기장의 변동이 헬리시티 배리어 가설에서 예측한 양과 일치했다.
크리스토퍼 첸 박사는 “탐사선의 관측 정보를 통해 장막이 형성되는 구체적인 수치도 특정됐다”며 “이번 발견은 헬리시티 배리어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명확한 증거이자 태양 코로나 가열이나 태양풍 가속 같은 오랜 의문을 풀 열쇠”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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