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비행기를 타거나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있다 보면 다리가 저릿하거나 뻐근해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대부분은 단순한 피로나 혈액순환 저하로 여기고 가볍게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심부정맥혈전증(DVT)의 시작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질환은 다리 깊은 곳의 정맥에 혈전, 즉 피떡이 생기는 상태로, 겉보기엔 단순한 부종이나 불편감처럼 보이지만 혈전이 혈류를 따라 폐로 이동하면 폐색전증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이 될 수 있다.
혈액이 한 곳에 오래 고이면 정맥 내 혈전이 만들어지기 쉽다
우리 몸의 혈액은 근육의 수축과 움직임에 따라 심장으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오래 앉아 있을 경우 하체 근육이 움직이지 않게 되면서 다리 정맥 내 혈류가 느려지고, 혈액이 특정 부위에 고이게 된다.
이런 환경은 혈전 형성의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하며, 특히 장시간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맥 내벽이 손상되거나 응고 인자가 활성화되기 쉽기 때문에 혈전이 생기기 쉬운 구조다. 문제는 이런 피떡이 처음에는 무통성으로 진행되다가 크기가 커지거나 이동할 때 갑작스럽게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리가 붓고 묵직해지는 증상이 있다면 초기 혈전 신호일 수 있다
심부정맥혈전증의 초기 증상은 생각보다 애매하다. 한쪽 다리만 붓는다거나, 평소보다 다리가 무겁고 뻣뻣하게 느껴질 때 이를 단순한 부종이나 피로감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때 피부색이 푸르스름하게 변하거나, 압통이 느껴진다면 이미 정맥 내 혈류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증상이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다리를 들었을 때 통증이 더 심해진다면 즉시 진료가 필요하다. 의심되는 경우 초음파 검사를 통해 혈전 유무를 확인할 수 있고, 빠른 조치를 통해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혈전이 폐로 이동하면 폐색전증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심부정맥혈전증 자체도 위험하지만 진짜 위협은 이 혈전이 혈류를 타고 폐로 이동하는 상황이다. 폐의 혈관을 막게 되면 급성 폐색전증이 발생하며, 갑작스런 호흡곤란, 가슴 통증, 의식 저하, 심한 경우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폐로 가는 산소 교환이 멈추게 되기 때문에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수 분 내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로 DVT 진단을 받고 치료하지 않은 환자의 최대 30%가 폐색전증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있을 경우 단순한 약 복용으로 넘기지 말고 정맥 내 영상 진단과 항응고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수다.
예방을 위해선 움직임과 수분 섭취가 핵심이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앉아 있는 습관만 바꿔도 예방할 수 있다. 1시간 이상 앉아 있을 땐 반드시 중간에 일어나 다리를 움직이고, 종아리 근육을 주기적으로 수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충분한 수분 섭취는 혈액을 묽게 유지시켜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비행기나 장거리 이동 시엔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거나, 다리 스트레칭을 수시로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특히 고혈압, 당뇨, 비만, 흡연 등 혈전 발생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시간 앉아 있는 환경 자체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