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공격을 받고 침몰한 일본 구축함 테루즈키(照月)가 83년 만에 해저에서 발견됐다. 전시 상황을 정확히 재구성할 귀중한 자료라고 학계는 반겼다.
미국과 일본 학자들로 구성된 해양탐사팀은 18일 보고서를 내고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12월 12일 솔로몬제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옛 일본 해군 구축함 테루즈키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이 해역은 1942년부터 1943년에 걸쳐 5회 이상 대규모 해전이 벌어져 미군과 일본군이 다수의 함정을 잃은 전장이다.
테루즈키 구축함이 가라앉은 지점은 과달카날 섬 북쪽 해협 아이언 바텀 사운드의 수심 800m 해저다. 테루즈키는 당시 일본 함정으로는 고도의 방공 능력을 갖췄기에 어떤 과정으로 격침됐는지 재조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일본 도카이대학교 역사학자 기무라 준 박사는 “테루즈키는 일본 해군이 건조한 아키즈키급 구축함 2번 함으로 나가사키의 미쓰비시 조선소에서 건조돼 1942년 8월 31일 진수됐다”며 “함명은 빛나는 달을 뜻하며, 다른 구축함과 차별화한 설계가 특징이다. 주력함 항공모함의 호위에 특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큰 특징은 65구경 98식 고각포로, 당시로서는 매우 높은 대공 전투 능력을 갖췄다”며 “이 고각포는 앙각(총포신 방향과 지평면이 이루는 각도)이 최대 90°에 달하고 발사속도는 분당 15발 내외로 상당한 고성능 무기”라고 덧붙였다.

기록을 보면, 테루즈키는 준공 후 곧바로 함대에 배속돼 남태평양 작전에 참가, 단기간에 격렬한 전투를 경험했다. 과달카날 섬에 보급품을 조달하는 수송 작전 중 미군의 어뢰 공격에 함미에 직격탄을 맞고 침몰했다. 함장은 연합군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했던 다나카 라이조 소장이다.
지금까지 테루즈키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많지 않다. 미군의 어뢰 공격으로 승조원 9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다나카 라이조 소장과 대부분의 승조원은 탈출에 성공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본함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길이 약 19m의 함미 부분과 미사용 폭뢰가 흩어진 사실이 드러났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이 폭뢰가 어떤 원인으로 유폭해 테루즈키 침몰의 결정타가 됐다고 여겨왔다.

테루즈키 조사로 폭뢰는 폭발하지 않았고 침몰은 어디까지나 미군의 어뢰에 의한 물리적 손상, 특히 함미의 파괴와 분리가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이 입증됐다. 또한 테루즈키의 앞부분 포탑이 아직도 하늘을 향한 점에서 격렬한 전투 도중 가라앉은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해양고고학자 필 하트메이어 연구원은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가가 참여한 이번 조사는 해양탐사단체 오션 익스플로레이션 트러스트(Ocean Exploration Trust)의 조사선 노틸러스호 탐사 활동의 일환으로 이뤄졌다”며 “80년 만에 발견된 테루츠키는 일본군의 일급 기밀사항이었고, 사진이나 목격담이 거의 없어 귀중한 역사 자료”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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