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배터리 업체들, 전쟁 속 기사회생
중국 내 소형 드론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극심한 경쟁으로 존폐 위기에 몰려 있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들에게 뜻밖의 생존 기회를 제공했다. 과거 내수 시장 중심이던 중국 광둥성의 중소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전쟁 발발 이후 해외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익 구조를 대폭 전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러시아로부터 수백억 원 규모의 대규모 주문이 들어왔고, 직접 품질 확인을 위한 현장 방문도 이루어졌다. 거래는 다층의 중개인 구조를 통해 이루어지며, 거래 최종 목적지는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지만 양국 모두에 제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해외 수요가 기존 매출의 70~80%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 이들 업체의 설명이다.

양측에 동시에 판매하는 현실
드론 전쟁이 심화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드론뿐만 아니라 관련 부품에 대한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특히 소형 드론 배터리는 양측 모두가 빠르게 소모하며 재보급이 필요한 주요 품목으로, 중국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수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들은 “누가 돈을 내느냐가 중요하다”며, 정치적 중립보다는 상업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업체는 1주일 이내에 수천 개의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는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전쟁 전에는 퇴출 위기였던 이들이 이제는 매출 호황을 맞고 있다.

정부 규제 틈새를 파고든 전략
중국 정부는 2023년 이후 드론 및 주요 부품의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으나, 드론 배터리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러한 틈새는 소규모 배터리 제조업체들에게 절묘한 기회가 되었고, 전쟁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했다.
정치적 민감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제재를 피해가며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했고, 이는 경쟁이 치열한 중국 내 드론 산업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또 다른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

중국 드론 산업의 급속 성장
최근 중국 정부는 ‘저고도 경제’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분류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광둥성은 전체 드론 공급망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으며, 선전에는 2,000여 개의 드론 관련 기업이 밀집해 있다.
정책적 지원과 수조 원 규모의 산업 육성 자금으로 인해 드론 배터리 분야도 함께 확대되고 있으나, 대기업 위주의 시장 구조 속에서 중소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해외 전쟁 수요에 기대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쟁 특수의 그늘과 산업적 리스크
중국 배터리 업계의 반등은 일시적인 전쟁 특수에 기반한 것으로,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전기차, 전자상거래 등 다른 산업에서 나타났듯이, 중국 내 과잉 경쟁은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가격 덤핑과 과도한 경쟁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배터리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에 의존하는 현재의 수익 구조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결국 전장에서 살아남은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이 평화 이후에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이들의 진짜 생존 시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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