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의사가 증상만 묻는 게 아니라 식습관에 대해 꼼꼼하게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무리 내과든, 정신건강의학과든, 심지어 피부과든 공통적으로 확인하는 항목이 있다.
카페인을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 배달음식은 일주일에 몇 번 먹는지, 주된 식사 구성에서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떤지, 아침은 꾸준히 먹는지 등이다. 단순히 습관처럼 보이는 이 질문들이 사실은 진단의 핵심이자 환자의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카페인 섭취 빈도는 수면과 심장 건강의 신호를 알려준다
카페인은 대표적인 각성물질로, 뇌를 자극해 피로감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일정량을 넘어서면 불면증, 두근거림, 불안, 위장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섭취 빈도는 매우 중요한 지표다.
의사들은 환자가 만성 피로를 호소하거나, 잠이 들기 어렵다거나, 불규칙한 심박을 겪는다고 말할 때 가장 먼저 카페인 섭취 여부를 확인한다. 특히 커피 외에도 에너지 음료, 녹차, 초콜릿 등에서 무심코 섭취되는 카페인이 누적될 경우, 약물 처방보다 먼저 생활 습관을 바로잡는 게 우선이 된다.
배달음식의 빈도는 나트륨 과잉과 대사증후군 위험을 암시한다
배달음식은 손쉽고 맛도 강하지만 대부분 나트륨과 포화지방, 정제 탄수화물이 과하게 들어 있는 구조다. 주 2회 이상 배달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사람은 고혈압, 고지혈증, 인슐린 저항성 같은 대사질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의사들이 환자의 체중이나 혈압 수치를 보고도 판단이 애매할 때, 식습관 중 배달 음식 여부를 반드시 체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환자는 종종 “많이 안 먹어요”라고 말하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음식의 종류와 조리 형태가 오히려 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탄수화물 섭취 비율은 에너지 대사와 체중 관리의 핵심이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기본 에너지원이지만 전체 섭취 비율이 너무 높거나, 단순당 중심으로 구성돼 있을 경우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고, 피로감과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당뇨 전단계나 인슐린 저항성 초기 단계의 환자들은 식후 급격한 졸림이나 집중력 저하를 겪는다.
의사는 이런 환자들에게 식단의 탄수화물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흰쌀과 흰빵, 면 위주인지 곡물과 채소를 곁들이는지를 통해 대사 기능의 문제를 파악한다. 탄수화물은 ‘얼마나 먹느냐’보다 ‘어떤 걸 먹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아침식사 여부는 호르몬 균형과 전반적 건강습관의 바로미터다
아침을 거르는 습관은 단순한 식사 문제가 아니다.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 리듬이 깨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유지된다. 이로 인해 하루 종일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폭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아침을 챙겨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비만, 당뇨,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고, 정신건강 지표도 더 안정적인 경향이 있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의사들이 처음 만난 환자에게도 아침을 먹는지부터 물어보는 이유는 전반적인 건강 습관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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