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동네 도심의 기적, 리즈바역의 등장
중국 충칭에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특별한 지하철역이 있다. 바로 리즈바역(李子坝站, Liziba Station).
이곳은 산과 절벽이 이어진 도시 지형 덕분에 기존의 교통 설계로는 한계를 느낀 끝에 탄생했다.
2004년 완공된 리즈바역은 충칭 도시철도 2호선의 주요 정차점이자 ‘아파트를 뚫고 지나는 지하철’이란 별칭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긴다.

19층 아파트 한가운데로 달리는 지하철
리즈바역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짜 이유는,
지하철이 단순 터널이나 도개교가 아니라, 총 19층짜리 아파트의 6층~8층을 가로질러 건물 내부에 역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열차가 건물 외벽이 아니라 벽 속 전용 터널을 통과하며, 지상과 지하철, 건물이 한 덩이로 합쳐진 초입체 교통 시스템의 진수를 보여준다.
특히 아파트 6~8층에는 플랫폼과 대합실이 직접 연결돼
입주민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서 몇 분 만에 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실내 역 출입구는 생활공간과 한 데 어우러진, 세계에 둘도 없는 유일무이한 구조다.

혁신의 시작: 소음과 진동은 어떻게 잡았나
실제로는 ‘집 안을 달리는 지하철’이지만
세입자와 승객 모두 진동이나 소음에 거의 신경쓰지 않고 일상을 영위한다.
충칭 지하철2호선은 최초 설계 단계부터 저소음·저진동에 초점을 맞췄다.
흡음, 충격 차단, 이중방진 패널, 고강도 레일, 강화차륜 등이 적용돼
주변 건축과 열차 사이에 특수 저진동 시공·흡음 장치를 설치해
거주민의 일상, 역내 승객 모두에게 안락함을 보장하는 첨단 기술이 집약됐다.

산지 도시만의 공간 활용, 리즈바역의 도시계획적 의미
충칭은 ‘산성(山城)’으로 불릴 만큼 고저차와 비탈길, 협곡이 도시 전역에 분포한다.
지하철 노선이 단순히 땅 밑이나, 대로 위로만 설계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한정된 평면부지의 한계를 넘기 위해 건물을 아예 선로와 역의 일부로 통합하는 ‘입체 복합 개발’이 등장한 것이다.
아파트와 교통시설, 공공역사가 한데 섞여 도시의 효율과 생활의 편의, 부동산 가치까지 극대화하는 공간혁신 모델로 자리 잡았다.

놀라움과 감탄의 관광명소가 되다
이색적인 구조 덕분에 리즈바역은 완공 초기에도 신기한 랜드마크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SNS와 미디어의 힘으로 ‘충칭 관광 필수 코스’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역사 인근 전망대, 플랫폼에 몰린 관광객들은
“지하철이 집 안을 지나가며 정차하는” 이색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열을 올린다.
특히 지하철이 다가오는 순간 역 바깥에서 입을 벌린 채 사진을 찍으면
마치 지하철이 입 안에 넣어진 듯한 착시컷이 연출되어
젠Z 세대와 외국인 방문객 사이 ‘인생샷 성지’가 되었다.

아름다운 야경, 생활과 관광이 어우러진 도시 풍경
야간이 되면 아파트와 지하철, 역 전체가 바깥 네온과 어우러져
충칭만의 독특한 ‘야경 관광지’로 변신한다.
현지 카페, 로컬 푸드 푸드트럭, 기념품 가게와 거리 공연까지
도시 민생과 관광산업, 지역주민 일상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광경이 리즈바역 일대에서 이어진다.

공간 창조와 기술 혁신, 도시철도의 미래를 제시하다
리즈바역은 한정된 도시 구조, 산지의 제약, 인구밀도 문제를
기발함과 기술, 생활밀착 도시계획으로 풀어낸 실제 사례다.
지하철소음 불안, 진동 문제도 첨단 설계로 극복했고,
‘익숙함을 뒤집는 상상력’이 사회적 부가가치와 지역경제를 낳은 현장이기도 하다.
앞으로 리즈바역 같은 초입체형 교통·생활 복합 인프라가
지형의 한계를 가진 여러 산지, 고밀도 도시로 확산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충칭 리즈바역은
“건물이 아닌 도시 전체가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21세기 도시설계 트렌드의 상징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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