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느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6년간 진행된 종단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되었으며, 반려동물을 5년 이상 키운 사람들에게서 기억력, 주의력, 언어 능력 등 주요 인지 영역의 감퇴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단순한 정서적 안정감을 넘어, 뇌 건강의 생물학적 유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이제 반려동물은 ‘마음의 치유자’ 수준을 넘어 인지 건강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과학적 논의의 중심에 서고 있다.

정기적 일상 루틴이 뇌를 자극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은 단순한 동거가 아니라 꾸준한 일상 관리 활동을 요구한다. 사료 급여, 산책, 배변 정리, 정기 검진 등의 일과가 매일 반복되면서 뇌의 전두엽과 해마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게 된다. 특히 노년기에는 일상 패턴이 무너지고 자극이 줄어들면서 인지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돌보기 위한 책임감 있는 루틴이 오히려 ‘외부 자극’의 역할을 하며, 인지적 활력을 유지시켜준다. 이처럼 작은 루틴이지만 반복되는 사고와 실행 과정을 통해 신경 회로가 유지되며, 결과적으로 인지 퇴화를 늦추는 데 기여하게 된다.

정서적 안정이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춘다
노년층 인지 저하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만성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다 분비될 경우 해마와 전두엽에 손상을 주며, 장기적으로는 기억력과 학습 능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반려동물과의 교감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완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동물과의 교류는 옥시토신과 세로토닌 같은 긍정적인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키고, 실제로 반려동물을 쓰다듬는 행동만으로도 심박수가 안정되고 혈압이 낮아지는 생리적 변화가 유도된다. 이러한 신체 반응이 반복되면 스트레스 관련 뇌 손상이 줄어들고, 이는 곧 인지 기능 보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고립을 막는 ‘비언어적 소통’의 가치
노년기에는 은퇴, 가족 변화, 신체 기능 저하 등의 이유로 사회적 고립이 증가하기 쉽다. 사회적 고립은 인지 기능 저하의 강력한 위험 요인으로, 최근 WHO도 이를 인지장애의 조기 경고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 반려동물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는 존재다. 정서적 유대감, 반응, 접촉 등 비언어적 소통이 일상의 공허함을 채워주며 정서적 활력을 유지하게 만든다.
특히 개를 기르는 경우에는 산책을 통해 외부 사람들과의 접점도 늘어나고, 고양이와의 교감은 자기 표현과 정서 해석 능력을 자극해 사회적 인지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결국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은 뇌의 감정 조절 능력을 보호하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뇌세포 보호에 영향을 미치는 생리적 변화까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뇌에서는 실제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NIH에서 지원한 한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장기적으로 생활한 노인의 경우, MRI상에서 해마의 위축 속도가 완만하게 나타났고, 뇌의 대사 활성도도 상대적으로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단지 기분이 좋아진다는 심리적 요인을 넘어서 생리적, 신경학적 변화가 동반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혈류 순환이 증가하고, 낮은 강도의 신체 활동이 촉진됨으로써 전반적인 뇌 건강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년 이상 반려동물을 키운 집단에서 이런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일시적인 위안이 아닌 장기적 생활습관으로의 정착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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