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곰팡이는 많은 사람이 단순한 ‘청결 문제’로 여기지만, 그 속에 숨은 건강 위험성은 훨씬 심각하다. 특히 곰팡이 포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 중 하나인 ‘과민성 폐렴(Hypersensitivity Pneumonitis)’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폐에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 반응으로, 초기에는 감기나 기관지염처럼 느껴지지만 방치하면 폐섬유화로 진행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곰팡이에 반복 노출되어도 이를 병원과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데 있다. 결국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이미 상당한 폐 손상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집 안에서 곰팡이가 가장 많이 자라는 공간은?
곰팡이는 습하고 공기 흐름이 적은 곳에 잘 자란다. 가장 흔한 곳은 욕실, 창틀, 주방 등이다. 그러나 실제로 곰팡이 포자가 가장 쉽게 확산되는 장소는 ‘에어컨’이다. 특히 벽걸이형이나 스탠드형 에어컨 내부에는 결로현상으로 인한 습기가 쉽게 쌓이며, 그 속에서 곰팡이가 자라기 시작한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멀쩡해 보여도 내부 열교환기나 송풍구 안쪽은 곰팡이의 번식지로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름철, 에어컨을 켜는 순간 곰팡이 포자가 실내 공기 중으로 분사되는 셈이다.

곰팡이와 과민성 폐렴의 연결고리
과민성 폐렴은 외부에서 흡입한 항원에 대한 과민 면역 반응으로 발생한다. 곰팡이 포자, 먼지진드기, 깃털, 박테리아 등이 주된 원인인데 이 중에서도 곰팡이의 기여율이 가장 높다. 특히 아스페르길루스, 클라도스포리움 등 특정 곰팡이 종은 면역계가 과잉 반응을 일으키기 쉽다.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폐포에 만성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섬유화가 진행되면 폐의 탄성이 떨어져 호흡 곤란으로 이어진다. 일반적인 알레르기와 달리, 과민성 폐렴은 발열, 오한, 근육통 등 감염성 질환과 유사한 증상을 동반하므로 조기 진단이 어렵다. 문제는 에어컨을 통해 곰팡이 포자에 ‘고농도·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에어컨 내부 곰팡이는 왜 발견하기 어려운가
에어컨 속 곰팡이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송풍구 겉면은 주기적으로 닦더라도, 내부 열교환기나 필터 뒤편은 청소가 쉽지 않다. 특히 자가 청소 기능이 있다고 하더라도 송풍기 팬과 열교환기 사이 틈새는 손이 닿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곰팡이 발생을 예방하거나 확인하기 어렵다.
냄새가 난다면 이미 곰팡이가 상당히 자란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낮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에어컨 특성상 내부에 습기가 잔류하며, 주기적인 청소 없이는 곰팡이가 자연스럽게 자라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생긴 오염이 집안 전체 공기 질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일반적인 청소로는 부족하다
에어컨의 곰팡이를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필터 청소만 해서는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열교환기와 송풍기 팬 청소이며, 이는 일반 가정에서 처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인 전문 청소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사용 전 최소 1회, 사용 후 1회는 반드시 분해 청소를 권장한다.
만약 냄새나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있다면 단순한 감기나 기관지염으로 넘기지 말고 호흡기내과에서 과민성 폐렴 여부를 검사받는 것이 좋다. 특히 면역이 약한 노인, 천식이 있는 아동,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단순히 먼지를 제거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내 공기 전체를 관리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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