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역력은 이제 특정 계절이나 질병이 유행할 때만 신경 써야 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면역 체계를 갖추는 것이 건강 관리의 기본이 되었다. 한의학에서는 ‘면역력’이라는 개념을 예로부터 ‘정기(正氣)’ 또는 ‘기혈(氣血)의 균형’으로 표현해 왔고, 이 정기와 기혈을 튼튼히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실제로 많은 한의사들은 보약보다 꾸준한 식습관을 강조하며, 일상에서 자주 먹을 수 있는 몇 가지 음식을 권장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면역 체계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네 가지를 소개한다.

마늘 – 자연에서 얻는 가장 강력한 면역 촉진제
마늘은 한의학에서 ‘온중산한(溫中散寒)’ 식품으로 분류된다. 이는 속을 따뜻하게 하고 외부 침입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준다는 의미다. 특히 마늘 속의 알리신은 강력한 항균, 항바이러스 작용을 통해 체내 면역세포의 활성을 도와준다.

실제로 마늘을 꾸준히 섭취한 사람의 감기 발생률이 유의하게 낮았다는 영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알리신은 가열 시 쉽게 파괴되기 때문에, 생마늘 또는 다진 마늘을 요리에 마지막 단계에서 넣는 방식이 흡수율을 높인다. 과유불급이므로 하루 1~2쪽 정도를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버섯 – NK세포 활성화를 돕는 식물성 면역제
버섯은 한의학에서도 ‘양기(陽氣)를 북돋우고 독을 푸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표고, 상황, 차가버섯 같은 품종에는 베타글루칸이라는 면역다당체가 함유되어 있다. 이 성분은 면역세포 중 하나인 NK세포(Natural Killer cell)의 활동성을 높이고, 세포 간 면역 신호 전달을 원활하게 해준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버섯 추출물이 일부 종양 억제 반응을 보였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다양한 버섯을 함께 조리하거나, 건조한 버섯을 우려낸 물을 국물로 활용하면 흡수율이 더 높아진다.

들깨 – 폐 면역과 기침 억제에 탁월한 전통식재료
한의학에서는 가을철 들깨를 ‘폐를 윤택하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하는 음식’으로 분류해왔다. 현대적인 해석을 덧붙이면, 들깨에는 오메가3 지방산의 일종인 α-리놀렌산이 풍부해 염증을 억제하고 점막 면역을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계절에 섭취할 경우 상기도 방어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들깨가루는 국이나 죽, 나물무침에 활용도가 높고, 들기름 역시 가열보다는 생으로 섭취했을 때 영양 손실이 적다. 꾸준한 섭취는 기관지와 폐의 점막을 보호해, 외부 감염에 대한 방어력을 높여준다.

홍삼 – 기혈 보충을 통한 체력과 면역의 동시 강화
홍삼은 면역력 향상에 있어 가장 잘 알려진 식품이지만, 보약과 다르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의학에서는 ‘보중익기(補中益氣)’라고 표현되며, 이는 체력의 중심을 보강해 면역 체계를 바로잡는다는 뜻이다. 홍삼 속 사포닌은 면역세포의 분화와 증식을 도와 면역 균형을 조절한다. 특히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한 면역 저하 상황에서 체내 항상성을 회복시키는 기능이 뛰어나다. 하루 권장량 내에서 꾸준히 섭취하면 면역력뿐 아니라 피로 회복과 집중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고혈압이나 불면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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