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공 경쟁률, 그러나 시작부터 흔들린 분양 신화
2020년 8월, 송도국제도시의 한 44층 생활형 숙박시설은 608실 모집에 청약이 6만5,498건이 몰리며 107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각종 부동산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는 기대감, ‘사실상 주거용’이라는 홍보, 국제업무지구 코앞이라는 입지 프리미엄이 맞물려 투자자와 실수요자가 몰렸다. 분양가는 23억 원대에 달했지만, 당시의 부동산 시장 열기를 반영하듯 신속하게 완판됐다.

1년이 지났는데도 입주자는 ‘제로에 가까운’ 현실
2025년 현재, 이 건물은 사용 승인 1년이 넘도록 공실률이 심각하다. 실제로 608실 중 50여 실만 입주해 90% 이상이 비었고, 저녁에도 상당수 호실의 불이 켜지지 않는다. 1층 상가는 텅 비고, 상가 임대 안내문만 수두룩하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인터뷰도 꺼릴 만큼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고, 거리를 걷는 사람도 거의 없다.

‘주거용’이 아닌 진짜 현실 – 규제 리스크와 제도 변화
이 시설은 당초 주거용에 준하는 공간이란 이미지를 강조하며 분양됐으나, 실제로는 ‘생활형 숙박시설’로만 등록됐다. 분양 이후 정부가 생활형 숙박시설은 반드시 숙박업 용도로만 써야 한다고 법령을 못 박으면서, 임대 목적으로 투자했던 수분양자들은 한순간에 곤경에 처했다. 주택수 제외, 대출 활용, 전입 신고 가능 등을 기대했던 투자·수요자에게 제도 변화는 곧바로 심각한 손실로 이어졌다.

고가 대형 평형, 수요와 맞지 않는 구조적 결함
이 단지는 전용 77㎡ 이상 대형 평형만 공급되어, 임대 수익률 자체가 주변 소형 오피스텔, 아파텔에 비해 애초부터 경쟁력이 떨어졌다. 특히 월세나 단기 숙박시장도 1박에 수십만 원이 넘는 고가임에 따라 실제 수요자 역시 거의 없다. 실입주도 어렵고, 단기 숙박시장 진입도 애매해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처했다.

시장 냉각, 공급 과잉이 불러온 공실 악순환
평균 1년 사이 송도 지역의 상가와 오피스텔 공실률은 0.4%에서 6.39%로 15배 급등했고, 이 생활형 숙박시설 역시 대규모 공실에 시달린다. 350여 세대에 상가 호실은 130개에 달하지만, 실제 운영 상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관리비와 유지비도 고정적으로 지출되며, 투자자들은 매도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기반 미비와 정책 혼선, 투자자 불신의 시작
준공 당시에도 스프링클러 등 기본 소방시설 미비 등 안전 문제, 관리주체 미확보, 행정적 책임 미루기 등으로 입주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현재는 실입주율 저조, 상가 공실, 관리비 부담 증가, 거래 부진 등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회생 가능성은? 미래 재평가에 달렸다
단기적으로는 실질적인 입주 수요 부족, 고분양가, 임차인 유치 난항 등 복합적 리스크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송도 내 매머드급 개발 이슈, 관광객 증가, 인구 유입, 중장기 부동산시장 회복 등이 맞물릴 경우 재평가 가능성도 점치지만, 현 시점에선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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