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을 찾아 떠난 나이지리아 청년, 아브라함
2025년 여름,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일대가 포화에 휩싸여 있을 때, 그 자리에 낯선 얼굴 하나가 있다. 바로 나이지리아 라고스 출신의 오타 아브라함(27)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이 전 세계에 퍼지던 순간 그는 망설임 없이 결심했다. 먼 아프리카에서 8,700km를 건너와, 동유럽의 거센 포성 한가운데 들어온 것이다.
아브라함이 이곳에 도착한 이유는 단순히 모험심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에게 ‘차라리 우크라이나 전장에 들어가는 것’이 자신이 겪어왔던 나이지리아의 일상보다 더 낫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에게 집이란, 라고스 외곽의 작은 아파트였다. 반복되는 경제난, 정치적 불안, 극심한 빈곤과 폭력,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년실업 현실이 그를 끝내 총잡이로 만들었다.

“여기가 더 낫다” 아브라함의 진솔한 고백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 결코 장난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군인이 되는 것이 라고스에서의 내 삶보다 낫다.”
우크라이나 전선 곳곳에는 아브라함처럼 나이지리아, 케냐, 세네갈, 남아공, 알제리 등 아프리카계 청년들이 늘고 있다. 그들 각자가 안고 온 절망은 달랐지만, 적어도 이곳에서는 누가 적이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명확했다.
아브라함은 “적어도 이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싸우고, 살아간다. 매일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분명한 삶, 그게 바로 내가 라고스에서 결코 맛볼 수 없던 것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총성의 일상과 라고스의 비극, 양극단에 선 선택
그에게 나이지리아의 현실은 하루하루 목숨을 건 사투였다. 빈번한 무장 강도, 테러조직의 위협, 무질서한 사회 구조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와 비슷하게 우크라이나로 온 아프리카 청년들도 “여기가 비록 전쟁터라 해도, 최소한 희망이 있다. 힘을 합치고, 목표를 위해 움직인다. 나이지리아에 있을 땐 내 삶 자체가 의미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아브라함은 “우크라이나에서는 내가 군인이란 자부심을 느낀다. 포화 속에서도 동료와 음식을 나누고 서로를 지키는 경험, 그 자체가 새로운 희망”이라 표현한다.

참호 속 공동체, 지옥에서 핀 유대감
아브라함이 참여한 의용군 참호에는 다양한 국적의 이방인들이 모여 있었다. 다른 피부색, 다른 언어와 문화.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죽음의 공포,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 동료애로 이뤄진 단단한 연대감이 자라났다.
아브라함은 동이 트기도 전 각자의 침상을 걷고, 참호를 보수했다. “여기선 내가 누군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두가 안다. 나이지리아에서처럼 투명인간 취급을 받지 않는다. 나는 명확한 역할이 있고, 그게 나를 살아있게 한다.”

죽음 한가운데서 느낀 존재의 의미
사방에 폭격이 쏟아지고, 도시는 폐허가 되어간다. 그럼에도 참호 안에 모인 사람들의 작은 대화, 감자 한 조각을 나누는 손길, 무거운 하루가 끝나고 잠시 들리는 멜로디 속에서 아브라함은 ‘다시 한 번 사는 느낌’을 얻는다.
“이곳이 지옥 같으면서도,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존재가 인정되는 경험을 한다. 적어도 여긴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목숨을 걸 자격이 있다고 믿게 해준다.”

청춘의 절망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찾다
우크라이나의 전장은 공포와 희망이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아브라함과 그를 닮은 이방인 전사들은 ‘죽어도 좋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가치 있는 선택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이지리아에선 내일을 기대할 수 없었지만, 지금 나는 동료와 함께 내일을 만든다. 폭격이 쏟아져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올 수 있다는 희망… 바로 그게 내가 여길 선택한 이유다.”

전선을 넘어 이어지는 아브라함의 작은 자유, 소박한 꿈
전쟁이 계속될수록 그의 현실은 결코 낭만적이진 않았다. 포탄, 희생, 밤을 가르는 경계근무, 동료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날도 있었다. 하지만 아브라함은 말한다. “적어도 내가 살아있다는 확신, 나다운 하루를 살 수 있는 자유가 이곳에는 있다. 언젠가 우크라이나 전선이 끝나고, 진짜 평화가 오면… 아프리카로 돌아가 새 삶을 시작하고 싶다.”

오늘도 전쟁터에서 “차라리 이곳이 내가 선택한 삶이다”
지옥 같은 나이지리아의 거리에서 탈출해, 전쟁터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아브라함. 그는 여전히 두려움과 맞선다. 하지만 이제 그는 매일매일이 자신이 만들어가는 삶이라는 사실에 희미하게 웃음을 짓는다.
“우크라이나 전쟁터라 해도, 차라리 이곳이 내 인생에서 가장 인간다웠다.”
이 고백은 오늘도 전선의 먼지와 총성 속에서, 수많은 새로운 아브라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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