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하던 청년, 전장의 저격수로…우크라 ‘드론 전사’의 시대
“게임만 하던 괴짜가 전쟁 영웅이 되었다.”
29세 우크라이나 청년 올렉산드로 다크노의 이야기가 전 세계 군사 전략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학창 시절 내내 책보다는 비디오 게임과 시뮬레이션에 몰두하던 그가, 현재는 러시아군 300명을 사살한 FPV 드론 조종사로 기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 해군 전설적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이라크전 실적을 넘는 수치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된 FPV(1인칭 시점) 드론 조종사들의 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전통적인 군사 영웅 이미지와는 달리, 근육질의 특수부대원이 아닌 평범하고 내성적인 젊은이들이 전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드론은 이제 ‘손가락의 싸움’…화면 중독자들의 역습
“드론 조종에 필요한 것은 강한 팔이 아닌, 빠른 손가락과 눈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사들은 전통적인 병사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FPS 게임에서 훈련된 시야각, 빠른 손가락, 반사적 판단력은 실제 전장에서 수백만 달러짜리 장비보다 더 큰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WSJ는 이를 두고 “영화에선 마초가 전쟁을 이기지만, 현실에선 게이머들이 전장을 지배한다”고 표현했다.
드론 조종자 다크노는 실제로 약 4kg의 폭탄을 실은 FPV 드론을 조종,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투하했다. 작은 화면, 좁은 시야, 긴장 속에서도 정확히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은 수년간의 게임 플레이가 제공한 훈련의 산물이다.

세계 첫 ‘드론 여단’ 창설국, 우크라이나의 혁신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드론 부대를 여단급 편제로 운용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폭탄 조립 공장, 드론 제작소, AI 실험실까지 갖춘 상태다.
특히 매달 수만 대의 FPV 드론을 생산하고 있으며, 기체당 가격은 500달러(약 70만원) 수준으로 저비용 고효율
이 드론들은 자폭형, 정밀투하형, 탐색·정찰형 등으로 구분되어 포병 지원, 야간 공격, 요격 대응 등 전장의 모든 영역에 투입된다. 특히 탄약 부족, 포병 열세 상황에 처한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전술을 통해 전장을 재설계하고 있다.

‘조종사 의존’의 한계…AI가 전장을 바꾼다
다만 FPV 드론의 약점은 존재한다. 전파 방해(jamming)와 조종사 숙련도 편차에 따라 명중률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FPV 드론은 명중률이 30~50% 수준, 신참 조종자의 경우 10%까지도 떨어진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현재 AI를 기반으로 한 자율 타격 드론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자동 조준, 목표 추적, 비행 경로 수정 기술을 통해, 통신이 끊겨도 스스로 목표를 인식하고 돌진하는 반자율형 드론이 실제 배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AI 드론 명중률은 최대 80% 수준까지 향상될 것”이라며, 수십 개의 민간 기술업체가 개발한 솔루션을 구매해 군에 납품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보다 많진 않지만, 더 ‘영리한’ 우크라 드론
러시아는 수적으로는 더 많은 드론을 투입하고 있지만, WSJ에 따르면 조종 기술과 전술 설계, 기술 적용력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앞서고 있다. 특히 중소형 스타트업과 현장 전술가들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운영체계는 상황 대응력이 매우 빠르고 유연하다는 평가다.
러시아가 산업화된 대량 투입 전략을 추구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맞춤형 전장 설계, 창의적 임무 배정, 민간 기술 흡수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는 단순 드론 숫자가 아닌, 전장의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의 싸움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쟁의 미래, ‘게임 세대’가 주도한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전쟁은 전쟁 세대의 변화를 상징한다. 체력과 근육이 아닌 코딩, 게임, 전자공학, 드론 조종 기술이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시대다. 드론 조종사들이 실내에서, 헤드셋을 끼고, 키보드로 적을 사살하는 시대는 이미 도래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FPV 드론 조종사 훈련학교가 민간 중심으로 운영 중이며, 대부분의 훈련생은 20대 중후반 게임 유저들이다.
앞으로는 이들에게 AI 전술 알고리즘, 드론 정비 기술, 전자전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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