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철,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삼겹살을 굽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다. 창문은 닫고, 불은 올려놓고, 냄새가 빠지지 않도록 환기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흔한 장면 속에는 치명적인 위험이 숨어 있다.
전문가들은 “에어컨을 켜고 환기 없이 실내 요리를 하는 행동은 일산화탄소 중독, 미세먼지 축적, 실내 질소산화물 농도 상승으로 이어져 심각할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고기를 굽는 조리 방식은 일반적인 조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고위험 행동이다.

가장 위험한 건 ‘환기 없는 직화구이’
삼겹살이나 불고기를 굽는 조리는 대부분 직화 방식, 즉 불에 직접 열을 가해 기름이 튀고 연기가 발생하는 방식이다. 이때 나오는 일산화탄소(CO)는 무색무취의 기체로, 실내 환기가 되지 않을 경우 빠르게 농도가 상승한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30분 이상 조리하면 일산화탄소 수치가 50ppm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고, 이는 두통, 어지러움, 기억력 저하, 심할 경우 의식 소실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에어컨을 켜놓고 문을 꼭 닫아두는 행동은 이 기체가 빠져나갈 통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결과가 된다.

실내 공기 중 미세먼지는 조리할 때 더 위험하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실내에서 고기를 굽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실외 대기 오염의 최고치보다도 높다. 일반적으로 삼겹살 1인분을 굽는 동안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자동차 배기가스에 노출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며, 환기하지 않으면 2시간 이상 잔류한다.
초미세먼지는 기관지를 자극하고, 장기적으로는 폐 기능 저하와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진다. 특히 어린이, 노약자,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냄새만 걱정할 게 아니다, 질소산화물과 포름알데히드의 실체
고온 조리 시 기름 성분이 열분해되면서 질소산화물(NO₂),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성이 확인된 가스들이 다량 배출된다. 이들 물질은 환기 없이 머물 경우 체내 축적되며, 지속적인 노출은 만성 호흡기염증, 알레르기성 비염, 기관지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포름알데히드는 점막을 자극하는 대표적 물질로, 장기간 흡입 시 상기도암, 피부 알레르기 반응, 천식 악화와 연관된다는 보고가 있다. 단순한 ‘냄새 제거’ 문제가 아니라 생체 독소 축적이라는 점에서 적극적 환기가 필수다.

에어컨은 환기가 아니다
에어컨은 실내 공기를 순환시키는 장치일 뿐, 새로운 공기를 공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부 필터나 냉각 코일에 쌓인 먼지와 세균이 실내로 다시 배출될 수도 있다. 환기를 하지 않고 에어컨만 가동하면, 조리 중 발생한 오염물질이 계속해서 실내를 순환하면서 농도만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여름철에 특히 위험한 이유는 무더위 탓에 창문을 아예 닫아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창문을 최소 10cm 이상 열어주거나, 주기적인 강제 환기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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