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에 며칠 넣어뒀던 양배추. 꺼내보니 끈적한 점액이 흐르고, 은근히 비릿하거나 시큼한 냄새가 올라온다. 겉잎은 누렇게 변색돼 있고 진득한 액체가 흘러내리기도 한다. 아직 멀쩡해 보이는 속잎이 아까워 썰어서 사용하려는 사람이 많지만, 전문가들은 단호히 말한다. “양배추에서 점액, 악취, 누런 진액이 느껴졌다면 식중독 위험이 매우 높기 때문에 즉시 폐기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단순한 신선도 저하가 아니라, 이미 세균 증식과 유해 대사물질 생성이 시작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점액은 ‘부패 세균’이 만들어낸 표식이다
양배추에서 느껴지는 점액질은 단순히 수분이 많은 상태가 아니라, 세균과 곰팡이균이 세포를 분해하면서 생성한 단백질·당분 분해물이다. 특히 Pseudomonas(슈도모나스)나 Enterobacter(엔테로박터) 같은 부패 세균은 식물의 조직 내 수분을 이용해 점성을 가진 물질을 생성한다.
이 과정은 냉장 보관 중에도 서서히 진행되며, 점액이 보일 정도면 이미 수억 마리 이상의 세균이 표면에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균은 고열에도 일부 내성을 가지기 때문에, 익혀 먹는다고 해서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

악취는 단순한 썩은 냄새가 아니다
냄새로도 부패 여부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 신선한 양배추는 풋내와 함께 가볍게 단 향이 느껴진다. 반면 부패가 시작되면 산패취, 암모니아 냄새, 황 계열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이는 세균이 아미노산을 분해해 휘발성 아민류나 황화합물 같은 유독한 가스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특히 황 계열의 냄새는 부패 박테리아가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생긴 부황화수소의 존재를 암시한다. 이 물질은 소량만 흡입해도 두통, 메스꺼움, 눈 따가움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섭취 시에는 위장염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누런 진액은 ‘세포 파괴의 결과물’이다
양배추를 자르거나 겉잎을 벗겼을 때, 투명하거나 누런 진액이 묻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세균이 세포벽을 분해하면서 내부 조직액이 빠져나온 상태로, 본격적인 부패가 시작된 신호다. 특히 진액이 끈적하고 냄새까지 동반한다면, 이건 이미 세균 오염이 내부로 퍼졌다는 증거로 간주해야 한다.
겉잎을 걷어내고 안쪽만 쓴다고 해도,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세균 필름이 내부까지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런 상태의 채소를 먹은 후 복통, 설사, 구토 등을 겪는 사례가 자주 보고된다.

‘냉장 보관이면 안전하다’는 착각
양배추는 온도에 민감한 채소다. 일반 가정용 냉장고의 보관 온도는 4~8도 정도로, 세균 번식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특히 자른 단면이 노출된 양배추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증발하고 세포막이 약해져 부패균 침투가 훨씬 쉬운 환경이 된다.
보관 중 포장지가 밀폐돼 있거나, 수분이 고여 있는 상태라면 세균 성장 속도는 배 이상 증가한다. 따라서 양배추는 가급적 사용 직전에 필요한 만큼만 썰어 사용하고, 자른 후에는 1~2일 내 소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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