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색상과 독특한 생태로 마니아가 많은 갯민숭달팽이(Phyllidia) 신종이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됐다. 갯민숭달팽이는 해양 복족류의 일종으로 나새류라고도 부른다.
영국과 독일 등 다국적 수생생물학자 5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동물분류학술지 주키스(Zookeys) 최신호를 통해 인도네시아 북술라웨시 앞바다에서 조우한 갯민숭달팽이 2종을 소개했다.
신종은 필리디아 폰체이(Phyllidia fontjei)와 필리디아 오바타(Phyllidia ovata)로 각각 명명됐다. 모든 갯민숭달팽이가 그렇듯 신종들도 화려하고 독특한 무늬를 가졌다.

해면류를 섭취하고 독소로 포식자의 습격을 막아내는 갯민숭달팽이는 인도태평양에 널리 분포한다. 알록달록한 색깔과 화려한 무늬로 다이버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번 신종 발견은 갯민숭달팽이를 좋아하는 다이버들의 제보 사진과 영상, 관찰 기록을 토대로 이뤄졌다.
영국 스완지대학교 수생생태학자 나탈리 요노 연구원은 “북술라웨시 근해에서는 지금까지 약 350종의 갯민숭달팽이가 확인됐고, 그중 100종은 신종으로 생각된다”며 “이번 2종의 발견은 북술라웨시 연안의 생물 다양성을 파악하는 중요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흰색과 주황색, 검은색 체색을 가진 필리디아 오바타는 성체 길이 최대 5㎝로 추측됐다. 인도네시아와 일본, 대만, 필리핀, 호주 등에서 과거 2~3년에 걸쳐 다이버에 의해 촬영돼 왔다. 지금까지 미기재 종으로 취급되다가 북술라웨시에서 표본이 채집되면서 신종으로 인정됐다.
필리디아 폰체이는 인도네시아 생물학자 고 폰체 칼리기스 박사의 이름을 따왔다. 박사는 북술라웨시 지역의 생물 다양성 연구를 국제적으로 추진한 인물이다.

필리디아 폰체이는 아주 작아 최대로 자라도 몸길이는 약 15㎜에 불과하다. 지난 15년간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 목격담과 사진 제보가 있었다. 인도양 안다만해에서도 사진이 찍혔다. 채집된 한 마리의 상세한 조직학적 분석이 이뤄진 결과 신종으로 파악됐다.
나탈리 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수생생물 전문가들은 물론 다이버, 아이네이처리스트(iNaturalist) 같은 시민 과학 SNS에서 활동하는 민간인의 협력이 이뤄냈다”며 “평소에는 간과하기 쉬운 바다의 작은 생물을 시민과 과학자가 협력해 찾아낸 점에서 특별하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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