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잇과 포식자 오셀롯(오실롯)이 손쉬운 사냥감 주머니쥐와 동행하는 희한한 광경이 목격됐다. 남미 페루 아마존 오지에서 포착된 기묘한 상황에 동물행동학자들이 주목했다.
독일 빌레펠트대학교 야생동물 연구팀은 22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한밤중에 주머니쥐와 어디론가 향하는 오셀롯의 영상을 현재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은 페루 남동부 4200m 고지에 조성된 마누국립공원에서 확인됐다. 이곳에서 야생동물들의 생태를 조사해온 연구팀은 야간에 조류의 행동을 기록하기 위해 공원 곳곳에 설치한 관찰 카메라 영상을 분석했다.
조사에 참여한 동물행동학자 이사벨 모레이라 연구원은 “카메라 영상에는 뜻밖에 오셀롯과 주머니쥐가 담겼다. 원래대로라면 포식자와 먹잇감 관계인데, 함께 어디론가 향하는 걸 보고도 믿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육식동물인 오셀롯은 소형 유대류 주머니쥐를 주로 사냥한다. 연구팀은 카메라에 잡힌 상황이 일반적으로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이종의 동물끼리 보여주는 협력관계가 아닌지 추측했다.
이사벨 연구원은 “지금껏 오셀롯이 주머니쥐와 동행하는 건 본 적이 없다”며 “이러한 행동은 지극히 이례적이어서 남미 각지의 학자들에게 문의했더니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페루의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상황이 최소 4건 파악됐다”고 말했다.


각 보고에 따르면, 오셀롯과 주머니쥐는 서로 경계하거나 공격하지 않았다. 어딘지 모르게 다정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적의를 품지 않고 동행했다.
이사벨 연구원은 “2023년 9월 27일 밤 10시 50~52분 찍힌 영상의 경우 주머니쥐와 오셀롯 순서로 화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나란히 걸어갔다”며 “약 2분 뒤 이번에는 반대 방향에서 다시 같은 순서로 두 개체가 걸어왔다. 신기할 따름”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 불가사의한 행동이 우연인지, 아니면 어떤 관계성의 표시인지 아직은 모른다”며 “간단한 실험에서는 주머니쥐가 의식적으로 오셀롯 체취에 끌려 접근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즉, 단순한 우연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생태적 의미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경계심이 느껴지지 않는 포식자와 사냥감의 동행은 사실 전에도 목격됐다. 2023년 해양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범고래가 다른 종 고래의 새끼를 데리고 유유히 헤엄치는 신기한 광경이 포착됐다. 2022년 탄자니아국립공원에서는 포식 대상인 누 새끼와 한가롭게 걸어가는 암사자가 카메라에 잡혔다. 일부 학자는 암사자의 모성이 사냥 본능을 이길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추측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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