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나 편의점에서 간식을 고를 때 대부분은 포장지 뒷면에 적힌 ‘칼로리 숫자’를 먼저 본다. 하지만 최근 건강 전문가들은 칼로리보다 훨씬 더 중요한 항목으로 ‘총 당류 함량’을 강조한다. 특히 아이들 간식이나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한 저칼로리 제품을 고를 때도, 당류 섭취량은 건강에 훨씬 직결된 요소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당류가 실제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보자.

칼로리가 낮다고 해서 건강한 음식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칼로리만 낮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100kcal 이하의 쿠키, 0칼로리 젤리, 저열량 스낵 등에 안심하고 손이 간다. 하지만 칼로리는 단순히 음식이 내는 에너지양을 나타내는 수치일 뿐, 그것이 좋은 성분에서 온 것인지, 해로운 물질에서 온 것인지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문제는 상당수 저칼로리 간식이 설탕, 액상과당, 올리고당 같은 정제당으로 단맛을 높인 제품이 많다는 점이다. 칼로리는 낮지만 혈당을 급격히 높이고, 인슐린을 자극하며, 간에 지방을 축적시키는 주범이 될 수 있다.

당류는 ‘중성지방’, ‘비알콜성 지방간’, ‘인슐린 저항성’의 핵심 요인
정제당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빠르게 올라가고, 췌장은 인슐린을 과다하게 분비해 혈당을 떨어뜨리려 한다. 이 반복 과정은 결국 인슐린 저항성을 키우고, 제2형 당뇨병, 복부비만, 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액상과당이 포함된 음료나 젤리, 시럽류 간식은 간에서 대사되며 중성지방을 직접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간에 지방이 축적돼 비알콜성 지방간(NASH)이 유발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간 질환을 넘어서 장기적으론 간암의 전단계로도 이어질 수 있다. 즉, ‘설탕 과잉’은 단순한 체중 증가를 넘는 문제다.

실제 식품 표시, 당류 1일 기준치를 훌쩍 넘기는 경우 많다
우리나라의 성인 기준 1일 당류 권장 섭취량은 50g 이하다. 하지만 음료 한 병, 아이스크림 한 통, 시리얼 바 하나만으로도 30g 이상을 쉽게 넘기기 때문에, 무심코 하루 섭취 기준치를 초과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과일맛 요거트 1개에 당류 18g, 커피우유 1팩에 20g, 일반 초코바 1개에 25g이 포함돼 있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부분의 소비자가 칼로리는 체크하지만 당류는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각보다 단맛이 덜한데?” 싶은 제품에도 올리고당, 이소말토올리고당, 조청, 물엿, 포도당 등 다양한 이름의 당류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

‘무설탕’, ‘저칼로리’에도 숨은 당류가 존재한다
‘무설탕’이라고 써 있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 경우 설탕 대신 말티톨, 솔비톨, 수크랄로스 등 인공감미료가 들어가 있는데, 이들 역시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주고, 포만감을 왜곡하며, 장기적으로는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일부 제품은 ‘무설탕’임에도 천연 과일 농축액이나 과당을 첨가해 당류를 보충하고 있어, 결국 총 당류 함량 자체는 높게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제품의 영양정보에서 ‘총 당류’란 항목을 반드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 섭취는 아이와 성인 모두에게 뇌와 장 건강에 직접 영향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은 과도한 당 섭취 시 주의력 저하, 행동 과잉, 학습 집중력 저하 같은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당은 뇌에 빠른 에너지를 공급하는 동시에,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중독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자꾸 단 음식을 찾는다면 반드시 섭취 패턴을 점검해야 한다. 성인의 경우도 과잉당 섭취는 장내 유익균 감소와 염증 유발균 증가로 이어져 장 누수 증후군, 만성 피로, 우울감 등의 전신 증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단순히 ‘살이 찐다’는 이유만으로 당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뇌, 장, 간 전체 건강을 위한 필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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