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 반찬 그 이상일 수 있을까?

오징어젓갈은 밥도둑으로 익숙한 반찬이에요. 새콤짭짤한 맛에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꺼내면 밥 한 공기는 순식간에 사라지죠. 그런데 이 오징어젓갈, 단순히 반찬으로만 쓰기엔 아까운 재료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물에 오징어젓갈을 담궈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젓갈을 물에 푼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겠지만, 이 독특한 방식이 생활 속에서 꽤나 유용하게 쓰인다는 사실이 점점 알려지고 있어요.

오징어젓갈 물, 전통의 발효 지혜에서 나왔다
우리 조상들은 젓갈을 단순한 밑반찬이 아니라, ‘자연 발효 조미료’로도 썼습니다. 젓갈을 물에 풀어 걸쭉하게 만든 뒤 채소를 절이거나, 육수의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했죠. 이 방식은 전라도 지역의 김치 양념법이나 전통 장류 제조에도 종종 등장합니다.
특히 오징어젓갈처럼 숙성된 해산물 젓갈을 물에 희석하면, 감칠맛과 깊은 풍미가 우러나오면서도 자극적이지 않은 조미용 액체로 변신합니다. 이른바 ‘젓물’이라고도 불리는 이 추출액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전통 방식 중 하나입니다.

물에 오징어젓갈을 담그면 뭐가 달라지나요?
자연 조미액이 된다
물 500ml에 오징어젓갈 1~2스푼 정도를 넣고 1시간 이상 담가두면, 은은한 바다향과 짭조름한 감칠맛이 우러납니다. 이 물은 국이나 찌개, 나물무침 양념을 만들 때 소금이나 액젓 대신 사용할 수 있어요.
김치 양념에 활용 가능
보통 멸치액젓이나 새우젓을 넣는 김치 양념에, 오징어젓갈 물을 살짝 추가하면 색다른 풍미가 생깁니다. 젓갈 특유의 깊은 감칠맛은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해산물 비린내는 훨씬 부드럽게 완화되죠.
잡내 제거 효과
생선이나 고기를 요리할 때 이 물을 밑간에 활용하면, 오히려 해산물의 비린내를 감싸주는 역할을 합니다. 비린내가 비린내를 잡는다는 아이러니한 원리죠. 특히 돼지고기나 삼겹살 삶을 때 사용해보면, 평소와는 다른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자연 탈취제 대용?
실제로 일부 민간에서는 냉장고 탈취용으로 희석한 젓갈물(한참 우려낸 물만)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물에 희석된 젓갈의 아미노산 성분이 공기 중 악취 분자와 결합해 냄새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전통지식에서 나온 응용법이에요.

젓갈 물을 만들 땐 이렇게 해보세요
오징어젓갈을 곱게 다져 사용하면 물에 더 빨리 우러납니다.
실온에 두기보다 냉장상태에서 1시간 이상 우려내는 것이 위생적으로 안전합니다.
거름망이나 면보를 이용해 찌꺼기를 걸러주면, 맑은 젓물만 남겨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농도가 진하면 물로 희석해 양념의 염도를 조절해 주세요.

요리뿐 아니라 ‘맛 배합’의 감각을 바꿔줍니다
보통 요리에 소금이나 액젓만 사용하는 분들에게는 이 젓갈물 방식이 굉장히 생소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 번 써보면, 무조건 짜게만 느껴졌던 젓갈이 훨씬 부드럽고 깊이 있는 맛으로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미역국을 끓일 때, 국간장 대신 오징어젓갈 물을 살짝 넣어보세요. 별다른 육수 없이도 감칠맛이 살아나고, 먹고 난 후 입안에 남는 잔맛이 훨씬 깔끔해집니다. 나물 무침도 고소한 들기름과 이 젓물만으로도 훌륭한 간이 됩니다.

마무리하며
오징어젓갈을 물에 담가본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게 느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오늘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한 셈이에요. 흔히 먹던 젓갈 반찬 한 숟갈이, 물 한 컵과 만나면 자연 그대로의 조미료로 변신하고, 우리 식탁에 다른 향을 불어넣는 재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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