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미국의 우주개발을 상징한 우주왕복선이 마지막 비행을 마친 지 이달로 14년이 된다. 미국은 물론 소련도 운용을 검토했던 우주왕복선은 재사용이 가능한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막대한 운용비용과 몇 차례 끔찍한 사고 때문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스페이스 셔틀(Space Shuttle), 즉 우주왕복선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제작한 우주개발 및 탐사용 장비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달 탐사에 성공하며 소련의 추격을 따돌린 미국은 후속 미션에 우주왕복선을 투입할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우주왕복선은 이름처럼 지구 궤도를 왕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NASA는 지금까지 챌린저, 컬럼비아, 디스커버리, 애틀란티스, 엔데버 등 여러 기체를 제작해 우주로 쏘아 올렸다. 소련도 미국에 맞서 부란(Buran)이라는 기체를 제작했지만 출발이 늦은 데다 도입이 미뤄지는 와중에 소련이 붕괴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우주왕복선이 퇴역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주된 요인은 막대한 운영 비용이다. 애초에 재사용에 초점을 둔 우주왕복선은 보다 저렴한 우주개발을 위해 고안됐지만 막상 운용해 보니 이야기가 달랐다. 매 비행 수억 달러가 들 만큼 돈 잡아먹는 하마였다.
NASA는 우주왕복선 1회 발사에 4억 달러(약 5500억원)가 소요된다고 계산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제 운용된 우주왕복선의 회당 발사 비용을 그 4배에 달하는 15억 달러(약 2조700억원)로 추산했다. 우주왕복선 정비에 예상 밖으로 막대한 돈이 들었고 값비싼 부품 교체가 잦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안전 문제도 우주왕복선의 퇴역을 재촉했다. NASA의 우주왕복선은 총 135회 비행했는데, 1986년 챌린저호 공중 폭발 및 2003년 컬럼비아호 폭발 사고로 고도로 훈련된 우주비행사가 14명이나 희생됐다. 두 사고 모두 우주왕복선의 구조적 결함과 운영 체계의 문제를 드러내며 NASA의 운용 의지를 크게 꺾어놨다.

또 다른 원인으로 기술의 노후화가 꼽힌다. 우주왕복선은 1970년대에 개발이 시작됐고, 첫 비행은 1981년에 이뤄졌다. 2000년대에 들면서 컴퓨터부터 소재, 추진기술 등이 빠르게 시대에 뒤처졌다. 업그레이드가 만만찮고 유지보수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면서 운용이 어려워졌다.
기술 개발에 따른 우주개발 목표의 선회도 우주왕복선에는 악재였다. 당초 NASA는 단순한 저궤도 운송(LEO)을 염두에 두고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를 계획했다. 우주개발 정책이 지구 궤도 밖으로 확장되자 여기저기서 우주왕복선 무용론이 대두됐다. 더욱이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우주개발 업체가 뛰어들고 화성 같은 보다 먼 천체 탐사와 개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우주왕복선의 의미가 퇴색했다.

이런 이유로 NASA의 우주왕복선 운용은 아틀란티스의 2011년 7월 8~21일 비행(STS-135 미션)이 마지막이 됐다. 비록 이제는 우주왕복선의 활약을 볼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아직 향수를 느끼고 있다. 거대한 추진체에 매달린 백색의 유선형 기체를 동경해 우주비행사가 된 이도 적잖다.
일부 전문가는 우주왕복선의 조기 퇴역이 허블우주망원경 같은 현역 우주탐사 장비의 노후화를 앞당겼다고 본다. 실제로 허블우주망원경은 우주왕복선을 이용해 장비 교체나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아틀란티스호의 마지막 서비스 이후 20년 넘게 제대로 정비를 받지 못한 허블우주망원경은 점점 고도가 낮아지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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