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행성으로 알려진 천왕성이 실은 내부에서 고열을 방출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간 천문학자들은 천왕성이 극도로 저온이며, 태양계 행성 중에서 가장 차갑다고 여겨왔다.
미국 휴스턴대학교 행성물리학자 왕신웨 박사 연구팀은 지구물리학을 다루는 국제 학술지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최신호에 이런 내용의 조사 보고서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천왕성이 태양으로부터 받는 열에너지보다 약 12.5% 많은 열을 내부에서 우주로 방출한다는 입장이다. 학계는 1986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행성 탐사선 보이저 2호의 관측 데이터를 통해 천왕성이 여분의 열을 전혀 방출하지 않았다고 봤다.

왕신웨 박사는 “천왕성이 방출하는 열의 양은 다른 거대 행성보다 적지만 가장 차가운 행성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분명 내부에서 열을 내고 있다”며 “우리 분석 결과는 지난 5월 발표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패트릭 어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5월 논문을 내고 천왕성이 태양으로부터 받는 열에너지보다 약 12.5% 많은 열을 방출한다고 전했다. 패트릭 교수는 태양계 바깥쪽에 자리한 천왕성과 해왕성의 진정한 색상을 처음으로 특정한 학자로 유명하다.
태양계 행성들은 주성으로부터 받는 열은 물론 형성 초기에 저장된 열을 지금도 천천히 방출하고 있다. 다만 1986년 천왕성에 접근한 보이저 2호의 관측 정보는 이 행성이 잉여 열을 방출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학자들은 왜 천왕성만 다른지 연구했지만 지금껏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왕신웨 박사는 “천왕성이 비정상적으로 차가운 원인은 오랜 수수께끼였는데, 인간의 오해임이 이번에 확인된 것”이라며 “보이저 2호의 관측 당시 태양 활동이 극히 활발해 천왕성이 일시적으로 비정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천왕성도 내부의 열을 외부로 방출하고 있지만 다른 거대 행성에 비하면 그 양은 극히 적다”며 “목성은 113%, 토성은 139%, 해왕성은 162%로 태양에서 받는 열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열을 내뿜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태양계 가장 바깥쪽 행성 해왕성이 천왕성보다 많은 열을 방출하는 점에 주목했다. 이런 차이는 천왕성의 내부 구조나 진화가 원인이라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내부의 층 구조가 열전달을 방해하거나, 과거에 일어난 거대 충돌이 열의 흐름을 바꿨다는 가설을 연구팀은 현재 조사 중이다.

천왕성은 자전축이 약 98°나 기울어져 있고 옆으로 넘어지는 듯한 자세로 공전하는 특이한 행성이다. 계절 주기가 극단적으로 길어 한 시즌이 21년에 이른다. 현재까지 이뤄진 접근 탐사가 보이저 2호 미션이 유일하다 보니 내부 구조나 대기, 위성, 오로라 등 거의 모든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적잖은 학자들이 향후 우주탐사 미션에서 수수께끼의 행성 천왕성을 중점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NASA나 유럽우주국(ESA)은 이르면 2030년대 천왕성 탐사 미션을 검토 중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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