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자들이 거대한 남극 빙상 밑에 잠든 미지의 지형을 발견했다. 해수면 상승을 예측하는 단서가 될 가능성에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영국 빙하학자 마틴 지거트 박사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최신호에 동남극 빙상 가장자리 벙거 힐스(Bunger Hills)를 탐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곳의 두꺼운 빙상 밑에 다른 행성의 지표면 같은 평탄한 지형이 펼쳐져 있음을 알아냈다.
연구팀이 발견한 고대의 평평한 지형은 8000만~3400만 년 전 하천에 깎여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됐다.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랜드에서 조지 5세 랜드까지 약 3500㎞에 걸쳐 동남극 연안의 약 40%를 차지할 만큼 광활한 영역이다.

마틴 지거트 박사는 “별세계 같은 이 지형은 현재 진행 중인 기후변화에 따른 남극 빙상의 변화, 특히 해수면 상승을 예측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며 “아울러 동남극의 얼음이 흐르는 속도가 아래에 숨은 지형에 따라 각기 다르다는 사실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레이더로 계측한 얼음 두께와 각종 데이터를 분석해 평지의 존재를 알아냈다. 수수께끼의 평지는 동남극과 호주가 분리된 후 남극대륙이 얼음으로 덮이기까지 대규모 하천계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마틴 지거트 박사는 “놀랍게도 이번에 발견된 3000만 년 이상 된 지형은 거의 온전한 형태를 유지했다”며 “이것이 중요한 것은 지형을 침식해야 할 빙상의 일부가 오히려 지형을 보호해 왔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평지를 가르는 것처럼 가로로 놓인 깊은 계곡 위의 빙하는 물살이 빠르고, 평지 위의 얼음은 천천히 흘렀다”며 “아무래도 평지는 얼음의 유출을 억제하는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동남극 빙상이 완전히 녹아버리면 지구 전체 해수면이 최대 52m 상승할 수 있다. 그러한 중요한 지역에서 발견된 천연 방파제를 빙상의 거동 모델에 적용하면 미래의 해수면 변동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토대로 온난했던 과대에 이 평지가 미친 영향을 조사할 방침이다. 우선은 얼음을 굴착해 내부의 암석을 채취하고 그것이 얼음에 덮여 있지 않았던 마지막 시기를 알아낼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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