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반죽 한 그릇.

파를 송송 썰고, 오징어도 큼직하게 넣은 부침개를 지글지글 부치면 그 향기부터 입맛을 확 잡아당긴다.
하지만 똑같은 재료, 똑같은 팬인데도 “왜 우리 집 부침개는 눅눅하지?” “왜 식으면 딱딱해지지?” 하고 고민한 적 있다면, 반죽에 넣는 ‘물’부터 다시 봐야 할지도 모른다.
부침개 장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비법.
그게 바로 물 대신 ‘비트 발효수’를 넣는 것이다.

비트 발효수, 대체 뭐길래?
비트는 흔히 건강즙, 샐러드, 피클로 소비되는 뿌리채소다.
그런데 이 비트를 일정 시간 소금물에 발효시키면, 고운 붉은빛과 함께 특유의 감칠맛이 우러나는 발효수가 만들어진다.
이 발효수는 약한 산성을 띠면서도 자연 당분과 미네랄이 살아 있어, 단순한 물보다 훨씬 더 풍미와 결을 살려주는 조리용 액체로 쓰일 수 있다.

부침개에 넣으면 어떤 변화가?
1. 식어도 바삭함이 유지된다
비트 발효수의 약산성 성분은 반죽 내 전분과 글루텐의 결합을 조절해줘, 겉면이 더 얇고 바삭하게 익는다.
밀가루 반죽 특유의 눅진함이 줄어들고, 바삭한 크러스트가 오래 지속된다.
2. 은은한 감칠맛과 단맛
별다른 조미료를 넣지 않았는데도, 익힌 뒤 풍미가 고급스럽고 입안에 오래 남는 맛이 생긴다.
3. 색감도 예술
특히 부침개 속에 들어간 재료가 흰색(두부, 양파, 애호박 등)일 경우, 붉은빛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시각적으로도 특별해진다.
4. 속까지 익는 시간 단축
발효수가 반죽의 흡수력을 높여줘 재료가 고르게 익고, 속이 덜 익는 일이 줄어든다.

비트 발효수, 이렇게 만들어요
비트 1개를 얇게 슬라이스
껍질째 썰어도 무방하나 깨끗하게 세척해야 한다.
천일염 1큰술 + 물 500ml에 담그기
밀폐 용기나 유리병에 담아 실온에서 발효시킨다.
하루~이틀 후 색이 진하게 우러나면 냉장 보관
산뜻한 신맛이 돌고, 약간의 탄산감이 느껴지면 성공이다.
부침개 반죽할 때 물 대신 사용
일반 물과 동일한 양으로 대체해도 좋고, 물과 1:1로 섞어도 무난하다.
어떤 부침개에 잘 어울릴까?

김치전
묵은지의 강한 맛과 비트의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자극 없이 조화롭다.

감자전
감자의 순한 맛을 돋워주면서, 겉면이 바삭하게 올라오는 데 효과적이다.

부추전
초록색 부추 사이사이로 도는 분홍빛이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은근히 달라진다.

해물전
해물의 비린내를 비트의 산미가 잡아주고, 전체적인 맛 균형이 좋아진다.

이런 분들에게 특히 추천해요
밀가루 냄새가 싫어서 부침개를 꺼려하는 사람
부침개가 눅눅해서 항상 프라이팬에서만 먹는 집
집에서 소금이나 조미료를 줄이는 저염식 식단을 하는 가족
비트는 좋다고 들었지만 즙으로 먹기 부담스러웠던 분

비트 발효수는 부침개의 맛과 식감뿐 아니라, 조리하는 과정 자체를 다르게 만든다.
부침개가 익는 동안 퍼지는 고소함 속에, 감미로운 발효의 향이 더해지면 ‘이건 집에서 만든 맛이 아닌데?’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비 오는 날, 파전 한 장을 부칠 때
그 반죽에 비트 발효수 한 국자.
부침개 장인들만 안다는 이 작은 비법이
당신의 주방에도 하나쯤 숨겨져 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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