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건설사의 이름과 공사 정보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보공개를 법제화해 건설사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2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건설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의·의결하고 23일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국토부 장관이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건설사의 이름과 공사명, 현장 위치, 사망자 수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부 항목은 대통령령으로 위임된다.
이번 입법 추진은 과거 국토부가 시행했던 ‘사망사고 명단 공개’ 정책과 유사하다. 국토부는 2019년부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사망사고 정보를 공개해왔다. 당시 공개된 정보에는 원도급·하도급 시공사명, 사망자 수, 사고일과 사고 유형, 공사명은 물론, 발주청과 지자체까지 포함됐다.
그러나 해당 제도는 법적 근거가 없는 행정 조치 수준에 불과했고 일부 건설사와 법조계에서는 “기업 명예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결국 국토부는 2023년 4분기를 마지막으로 명단 공개를 중단했다.
이번 개정안은 해당 제도를 법률에 명시함으로써 명단 공개를 지속 가능하고 제도화된 틀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그 배경에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째를 맞았지만 건설업 사망사고가 뚜렷하게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법 시행 초기였던 2022년 1분기 건설업 사망자는 77명이었고 이후 2023년 65명, 2024년 64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다시 71명으로 늘어났다. 건설업 사망사고 건수도 2022년 1분기 70건에서 올해 63건으로 줄었지만 전반적으로는 뚜렷한 개선세가 없는 제자리걸음 상태다.
본지 자문위원인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기 때문에 반대할 수 있겠지만 이런 조치를 통해 안전을 경영 차원에서 다루도록 유도하는 게 취지”라며 “법제화가 된다면 특히 대형 건설사에는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건설현장 안전) 제도가 이미 잘 갖춰져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행이 되지 않는 게 문제”라며 “ 제도가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이행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건설업계에선 우려도 제기된다. 명단 공개가 사망사고 발생 즉시 이뤄질 경우, 충분한 조사나 책임 검토 없이 기업이 여론의 비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고 발생 당시의 구체적 경위나 책임 소재가 충분히 검토되기도 전에 실명이 먼저 공개되면 낙인효과만 남을 수 있다”며 “예방보다는 정치적 메시지에 가까워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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