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제를 먹은 직후, 소변이 눈에 띄게 노랗거나 형광빛을 띠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이를 두고 “몸이 흡수를 못 하고 다 빠져나간 것 아니냐”며 비타민 복용의 효과를 의심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영양제 섭취 후 소변 색이 변하는 것은 일반적인 생리적 현상이며, 대부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특정 수용성 비타민, 특히 비타민 B군이 체내에 충분히 들어왔음을 의미하는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생리학적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면 무작정 불안해하거나 혹은 무시할 문제는 아니다.

소변을 노랗게 만드는 건 주로 ‘리보플라빈’ 때문이다
비타민 B군 중에서도 특히 B2, 즉 리보플라빈은 체내에서 대사되지 않고 남은 양이 그대로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이 성분이 바로 소변을 선명한 노란색으로 만드는 주범이다. 리보플라빈은 자연적으로 노란색 색소를 띠고 있으며, 흡수되지 않은 잔여분이 체외로 빠르게 배출되면서 색이 진해지는 것이다.

체내 필요량보다 더 많은 양이 공급되면 인체는 이를 저장하지 않고 즉시 소변을 통해 내보내기 때문에, 복용 직후 소변 색이 진해지는 것은 오히려 과도한 축적이 아니라 ‘정상적인 배설 과정’이라는 뜻이다. 이는 독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장 기능 이상과도 무관하다.

흡수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흡수가 잘 된 결과일 수 있다
비타민 B군은 수용성이라 지방에 녹지 않고 물에 녹기 때문에 체내에 오래 저장되지 않고 필요 이상은 배출된다. 그러므로 소변 색이 변했다고 해서 ‘비타민을 전혀 흡수하지 못했다’는 오해는 사실과 다르다. 오히려 신체가 필요로 한 만큼은 흡수하고, 그 나머지를 효율적으로 배출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특히 리보플라빈은 세포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중요한 비타민으로, 체내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며 남은 분량만 소변으로 나간다. 다만 비타민 B군이 아닌 다른 성분들이 포함된 종합비타민의 경우, 그 원인이 다른 첨가물이나 색소일 수도 있으므로 제품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물 섭취량이 부족하거나 공복 복용 시 색이 더 진하게 보일 수 있다
비타민제를 복용한 후 물을 적게 마시거나 아침 공복에 바로 섭취하면 소변 농도가 높아져 색이 더욱 진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비타민 자체의 영향뿐 아니라 탈수 상태나 소변량의 일시적 감소가 겹치기 때문이다. 반대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한 상태라면 같은 양의 비타민을 먹더라도 색이 덜 진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변수는 소변 색만 보고 흡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게 만들며, 일정한 복용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공복에 복용 시에는 소화 불량이나 위장 자극을 느끼는 사람도 있으므로, 식후 섭취가 권장된다.

소변 색만으로는 몸 상태를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비타민 복용 후 소변이 노래졌다는 이유로 ‘비타민이 다 소용없다’고 판단하거나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건강보조제의 효과는 혈액 내 농도나 신체 기능의 개선 여부로 판단해야 하며, 단순히 배설물의 색으로 흡수율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또한 소변 색은 음식, 수분 섭취, 약물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신장 기능이나 비타민 농도 등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타민제를 복용하고도 피로가 계속되거나 소화 장애,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면 제품이 아닌 복용자의 대사 능력 또는 흡수 기능 문제일 수 있으니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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