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코믹스 히어로 슈퍼맨의 유일한 약점 크립토나이트(Kryptonite)와 화학식이 닮은 자다라이트(Jadarite)가 발견된 지 20년이 넘었다. 그간 자다라이트를 분석한 학자들은 수수께끼의 광물이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재생에너지의 열쇠라고 보고 있다.
호주원자력과학기술기구(ANSTO) 화학자 마이클 페이지 박사는 25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슈퍼맨의 힘을 빼앗는 가공의 광석 크립토나이트와 비교되는 자다라이트의 활용 가능성이 사실상 무한대라고 소개했다.
자다라이트는 2004년 12월 세르비아 자다르 계곡의 광산에서 채굴됐다. 자외선을 쬐면 형광을 발하는 이 광석을 분석한 학자들은 2006년 보고서를 내고 DC코믹스 ‘슈퍼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가상의 광물 크립토나이트와 화학식이 비슷하다고 전했다.

마이클 페이지 박사는 “DC코믹스 작가들은 크립토나이트에 프로메튬, 제논, 수은, 탄탈럼, 디알륨이 엮인 화학식을 붙였다”며 “어디까지나 창작물인 크립토나이트와 화학식이 거의 같은 광물이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다.
신종 광물로 인정된 자다라이트는 화려한 녹색 빛을 발하는 ‘슈퍼맨’ 시리즈의 크립토나이트와 달리 하얀색을 띠는 평범한 돌덩이다. 화학식은 LiNaSiB3O7(OH)로 리튬과 붕소를 많이 함유했다. 신종 광물로 정식 인정된 뒤에는 학자들의 집중 연구 대상이 됐다.
마이클 페이지 박사는 “그간의 조사로 자다라이트는 네소규산염(neso-silicate) 광물로 분류됐다. 희고 가루 같은 질감의 돌로 언뜻 보면 콘크리트 조각 같다”며 “‘슈퍼맨’ 코믹스나 애니메이션, 영화에 등장하는 녹색 크립토나이트와 외형적으로 전혀 다른데, 놀라운 능력을 가진 점은 비슷하다”고 전했다.

자외선을 쬐면 옅은 분홍색에서 주황색을 발하는 자다라이트는 청정에너지의 혁명을 가져올 기적의 광물로 평가된다. 사실 세르비아의 자다르 계곡은 자다라이트를 포함한 리튬 광산이 분포하는데, 규모와 매장량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특히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 수요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마이클 페이지 박사는 “지금까지 연구에서 자다라이트는 리튬과 붕소의 중요한 공급원임이 분명하게 밝혀졌다”며 “리튬은 리튬이온전지에 사용되고, 붕소는 태양광 발전 등에 사용되는 중요한 재료다. 슈퍼히어로를 약화하는 광석은 아니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화석연료를 탈피하는 데 있어 그 가치는 슈퍼히어로급”이라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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