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은 식사 직후 가장 급격하게 변한다. 식사에 포함된 탄수화물이 체내에 흡수되면서 혈당이 올라가고, 이때 혈당의 상승 속도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당뇨병 환자나 당 조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단순히 ‘얼마나 먹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흡수되느냐’가 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밥, 빵, 면류 같은 정제 탄수화물은 소화가 빨라 급격한 혈당 상승을 일으킨다.
그런데 여기에 유제품을 곁들이면 이런 흡수 속도를 늦춰 혈당을 완만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최근 국내외 여러 연구에서도 유제품이 식후 혈당 반응을 낮추는 효과를 보인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우유·치즈·요거트 속 단백질과 지방의 역할
유제품에 포함된 단백질과 지방은 혈당 조절에 핵심 역할을 한다. 먼저 단백질은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식후 혈당 상승을 조절하는 데 기여하며, 지방은 위에서 음식이 이동하는 속도를 늦춰 소화 과정을 천천히 진행시키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밥만 먹었을 때보다 밥과 함께 치즈나 요거트를 곁들였을 때 당 흡수 속도가 느려지며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지 않는다. 이처럼 유제품은 단순히 칼슘 보충만을 위한 식품이 아니라, 혈당 반응을 조절하는 데 과학적으로 작용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동물성 단백질이 포함된 우유 단백질은 혈당 반응을 더 확실하게 낮춘다는 데이터도 있다.
유당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다
많은 사람들이 유제품에 포함된 ‘유당(락토스)’이 당류라는 이유로 혈당을 높일 수 있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유당은 소화 속도가 느리고 GI지수(혈당 지수)도 낮은 편이다. 게다가 유제품에는 이 유당 이외에도 포만감을 주는 단백질과 지방이 함께 포함돼 있어, 전체적인 혈당 반응은 오히려 감소한다.
요거트처럼 발효된 유제품은 유당이 일부 분해된 상태이기 때문에 소화 흡수에 더 유리하고, 혈당 반응에도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물론 설탕이나 과일 시럽이 첨가된 가공 요거트는 반대로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 있으니 ‘무가당’ 또는 ‘플레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사에 유제품을 더하면 포만감도 증가한다
혈당 조절이 잘 되려면 식후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는 것이 좋다. 공복감이 빨리 찾아오면 간식이나 추가 식사를 하게 되고, 이는 곧 혈당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유제품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추는 성분이 많아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저지방 혹은 중지방 우유, 플레인 요거트, 슬라이스 치즈 등은 식사에 쉽게 곁들일 수 있으면서도 칼로리는 비교적 낮고 포만감은 높게 유지된다. 이로 인해 전체 식사량을 줄이면서도 만족감을 유지할 수 있어 다이어트와 혈당 조절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간식처럼 따로 먹기보다는 식사와 함께 곁들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올바른 유제품 선택법이 중요하다
유제품의 혈당 조절 효과를 기대하려면 올바른 제품 선택이 필요하다. 시중에는 당 함량이 높은 가공 유제품이 많기 때문에 성분표를 꼭 확인해야 한다. 첨가당이 많은 과일맛 요거트나 맛우유는 오히려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 따라서 무가당 플레인 요거트, 무첨가 우유, 자연치즈 같은 기본 제품 위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유당 불내증이 있는 사람은 락토프리 우유나 식물성 단백질이 강화된 제품을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하루 1~2회, 식사와 함께 적당량의 유제품을 곁들이는 것만으로도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고, 대사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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