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향신료는 뚜껑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는 2~3년, 사용 중인 경우에는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적정 사용 기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주방 한쪽 구석에 몇 년째 방치된 향신료는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더라도 내부 성분은 이미 산화되고 변질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향신료 특유의 향과 맛을 담당하는 휘발성 오일이나 항산화 물질은 공기, 빛, 습기와 닿으면서 빠르게 파괴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에 풍미를 더하는 기능은 물론, 일부 건강 효과까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오래된 향신료는 색만 낼 뿐, 그 본래의 가치는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곰팡이·진드기 오염 가능성까지 무시 못한다
밀폐용기에 넣어 뚜껑을 닫았다고 해도 주방 특성상 온도 변화와 습기 노출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향신료 내부에 미세한 수분이 차거나 미세한 곰팡이 포자가 들어가면 눈에 보이지 않게 오염이 진행될 수 있다. 특히 고춧가루, 강황, 계피가루처럼 가루형 향신료는 공기 중 수분을 빨아들이기 쉬워 곰팡이균 번식이 용이한 환경이 된다.
또한 향신료는 곡물류처럼 진드기나 해충이 서식하기에도 적합하다.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더라도 장기 보관된 향신료를 섭취하면 장 건강을 해치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향신료 속 ‘치유 성분’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강황의 커큐민, 계피의 시나몰, 오레가노의 카르바크롤 등 일부 향신료에는 항염·항균 작용을 하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 성분들은 향신료를 건강식품처럼 여겨지게 만든 핵심 물질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성분들이 산소와 열, 습기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보관 환경이 좋지 않거나 시간이 너무 오래 경과하면 치유 효과를 기대했던 주요 성분이 파괴돼 실제 섭취해도 효능이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된다. 결과적으로 건강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단순히 색깔과 향을 위한 ‘요리 장식재’ 수준으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요리에 쓴 향신료가 맛을 해치게 될 수도 있다
오래된 향신료는 풍미가 사라지는 것을 넘어 오히려 음식 맛을 떨어뜨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질, 로즈마리처럼 허브류는 시간이 지나면 퀴퀴한 냄새가 배어나거나, 쓴맛이 강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된 향신료를 음식에 뿌리면 의도하지 않은 이질적인 맛이 나타나게 되며, 요리 전체의 완성도를 낮출 수 있다.
심지어 일부 산패된 향신료는 조리 과정에서 냄새가 더 강해지며 식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같은 요리의 풍미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보관 방법만 달라도 유통기한은 달라진다
향신료는 빛, 습기, 공기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능하면 유리 밀폐 용기에 보관하고 직사광선을 피하며, 냉암소에서 유지하는 것이 좋다. 조리대 근처나 전기레인지 옆에 두는 습관은 좋지 않다. 특히 마늘가루, 생강가루처럼 향이 강한 종류는 냉동 보관을 고려할 수도 있다.
만약 향신료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소량씩 구매해 신선한 상태로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장에 제조일과 개봉일을 메모해두는 것도 향신료 관리에 도움이 된다. 적은 양이더라도 정기적으로 교체해주는 것이 위생과 건강 모두를 지키는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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