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탄고지 식단은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하고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다이어트와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선호하지만, 이 방식이 암 예방 측면에서는 생각보다 취약할 수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채소, 과일 등 탄수화물 기반 식품의 섭취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식품에 항암 작용을 하는 파이토케미컬, 식이섬유, 비타민C, 폴리페놀 등이 풍부하다는 사실이다. 저탄고지 식단을 오래 지속할수록 항산화 방어 체계가 약화되고, 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활성산소의 축적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방 위주의 식단은 특정 암의 ‘연료’가 되기도 한다
지방은 필수 영양소지만, 과잉 섭취될 경우 일부 암세포 성장의 연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은 고지방 식이와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방 섭취가 많아질수록 체내 염증 반응이 증가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유발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암세포 환경을 유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특히 동물성 지방 중심의 저탄고지 식단을 따를 경우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섭취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체내 만성 염증을 악화시키고 면역 체계를 흔들 수 있다. 단순히 체중 조절에만 초점을 맞춘 식단이 아닌, 장기적인 대사 건강을 고려한 균형이 필요하다.

장내 미생물 환경이 망가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암 예방과 관련해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가 장내 미생물이다. 다양한 장내 유익균은 염증 억제, 면역 조절, 발암물질 해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저탄고지 식단은 장내 유익균의 주요 먹이인 식이섬유 섭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유익균 감소, 유해균 증가로 이어지며 장내 염증을 유발하거나, 발암성 대사산물이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건강한 장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채소, 통곡물, 콩류 등의 섭취가 필수적인데, 저탄고지를 장기적으로 유지할 경우 이 균형이 무너지는 것이다. 장 건강은 면역과 직결되며, 암세포의 초기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생리적 장벽이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이 자칫 발암물질 생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저탄고지 식단을 하는 사람들은 단백질 섭취가 많아지기도 한다. 단백질은 근육 유지와 신진대사에 필수지만, 문제는 조리 방식에 있다. 고기나 생선을 굽거나 튀기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종 아민, 벤조피렌 같은 발암 가능 물질은 다량 섭취 시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특히 고온 조리된 동물성 식품은 이러한 유해물질의 축적 가능성이 높아 건강에 역효과를 줄 수 있다. 여기에 채소류의 섭취가 부족하다면, 이 발암물질을 해독하는 항산화물질의 작용도 제한된다. 저탄고지를 할 경우라도 조리법을 바꾸거나, 단백질 소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균형 잡힌 식단 없이 ‘극단적인 제한’은 오히려 독이 된다
저탄고지 식단은 단기적으로 체중 감량이나 혈당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만능 식단으로 여기고 장기적으로 유지할 경우 영양 불균형, 염증 증가, 면역 기능 저하, 장내 환경 악화 등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암 예방 관점에서는 다양한 식물성 영양소 섭취가 중요한데, 이를 무시한 식단은 체중은 줄어들지 몰라도 세포 건강에는 손해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저탄고지를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채소, 통곡물, 식물성 오일 등을 보충해주는 ‘지혜로운 혼합 식단’을 권장한다. 몸매보다 면역과 세포 건강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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