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를 불에 굽는 조리법은 풍미를 끌어올리는 데 탁월하지만, 동시에 유해물질이 생성될 수 있는 조리 방식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유해물질은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로, 이들은 단백질이나 지방이 고온에서 분해되며 생성되는 발암물질이다. 특히 육류를 직화로 굽거나 센 불에 오랫동안 조리할 때 농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문제는 HCA가 식품의 표면에 형성되는 마이야르 반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점이다. 맛과 바삭한 식감을 내는 과정에서 동시에 인체 유해 성분도 함께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불편한 진실이다. 이를 피하려면 조리 온도와 시간을 조절하거나, 조리 전에 특정한 예열 단계를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이때 전자레인지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전자레인지 예열은 단백질 구조를 미리 변화시킨다
고기를 전자레인지로 90초 정도 가열하는 이유는, 조리 전 미리 단백질을 부분적으로 분해해 발암물질 생성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다. 전자레인지는 고기 내부의 수분을 진동시키는 방식으로 열을 전달하므로, 전체적으로 고기가 익는 것이 아니라 표면과 중심을 동시에 빠르게 데워주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사전 열처리를 하면 고기 속 단백질과 크레아틴, 당분이 불에서 직접 반응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결국, 고온에서 형성되는 HCA의 생성 조건을 크게 줄이게 되는 셈이다. 특히 붉은 육류일수록 HCA 형성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쇠고기나 돼지고기, 양고기 등은 굽기 전에 꼭 선조리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암물질 최대 90%까지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캐나다 식품과학연구소 등의 연구에 따르면, 고기를 굽기 전에 전자레인지로 1분 30초(약 90초) 정도 가열하고 나온 육즙을 제거하면 HCA가 최대 90%까지 줄어든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단순히 데우는 것이 아니라, 전자레인지 가열 후 배어나온 육즙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즙 안에는 HCA의 전구체 역할을 하는 성분이 일부 포함돼 있다. 따라서 전자레인지 가열 후 키친타월 등으로 고기 표면을 톡톡 두드려 수분을 닦아내는 과정이 함께 진행되어야 발암물질 생성 억제 효과가 확실해진다. 이후 굽는 시간도 단축되기 때문에, 전체적인 조리 온도와 시간 모두 줄일 수 있다.

조리 방식만 바꿔도 건강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고기를 구울 때 생기는 유해물질은 조리 방식의 변화만으로도 상당 부분 제어가 가능하다. 전자레인지 선조리에 이어, 불에 직접 닿는 직화 방식보다는 팬이나 오븐을 활용한 간접 가열이 더 적합하다. 특히 기름을 두르지 않고 굽는 방식이나 수분이 있는 채소와 함께 조리하면 발암물질 생성을 더욱 줄일 수 있다.

양념 고기 역시 조심해야 한다. 당분이나 간장, 숯불 향을 내기 위한 재료들은 고온에서 쉽게 탄화되며, 그 과정에서 유해 성분을 생성할 수 있다. 전자레인지 선조리 후에는 센 불에서 오래 굽기보다 중불 이하에서 익히는 방식이 적절하며, 고기가 노릇하게 익을 때까지만 굽는 것이 건강에 더 유리하다.

작은 조리 습관이 장기적인 건강을 만든다
전자레인지로 90초간 데우는 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손이 많이 가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암물질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정에서도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 습관 중 하나다. 특히 고기를 자주 먹는 사람일수록 조리법 하나에도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불판 위에 얹기 전 단 1분 30초만 전자레인지를 활용하는 것만으로, 미래의 건강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인 암 발생 위험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꼭 기억할 만한 요리 팁이다. 조리 과정 하나가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는 걸 안다면, 그 90초는 결코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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