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생활 중 오른손 중지나 오른발 엄지발가락이 유난히 붓고, 눌렀을 때 통증 없이 말랑한 느낌이 든다면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한다. 특히 양쪽이 아닌 한쪽만 지속적으로 붓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관절 주변이 두꺼워지고 둔탁한 느낌이 강해진다면, 단순 혈액순환 문제나 부상보다는 내부 장기 이상을 의심해야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로 이런 증상은 폐암과 같은 악성 종양이 체내에서 비정상적인 단백질이나 염증 물질을 분비할 때 나타날 수 있다. 말단 부위에 나타나는 이상 부종은 종종 ‘지방족 곤봉증(clubbing)’이라 불리는 증상과 연결되는데, 이는 말초 조직의 혈류 및 산소공급에 문제가 생긴 경우 흔히 동반된다. 특히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이 두꺼워지고, 손톱의 곡률이 둥글게 변하는 경우는 내부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곤봉증은 폐 질환의 조기 징후 중 하나다
곤봉증은 손발 끝 관절이 점점 두꺼워지고, 말단이 곤봉처럼 둥글어지는 변형 증상이다. 이는 단독으로 나타나기보다는 특정 질환과 관련된 ‘이차성 증상’으로 발생한다. 가장 흔한 원인 질환 중 하나가 바로 폐암, 특히 비소세포성 폐암이다. 폐암 환자의 약 30% 정도가 진단 전후로 곤봉증을 경험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말단부 변형은 폐 내부에 생긴 종양이 체내 산소 공급을 저해하거나, 종양에서 분비된 특정 성장인자(VEGF, PDGF 등)가 말초 혈관을 자극하면서 비정상적인 혈류 증가와 조직 증식을 유도하면서 나타난다. 즉, 몸에서 ‘말단 부위에 무언가 잘못된 신호가 왔다’고 알리는 반응인 셈이다. 특히 오른손 중지나 오른발 엄지처럼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면, 해당 부위의 말초 혈관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폐암 초기에는 전혀 다른 부위에서 신호가 나타나기도 한다
폐암은 진행 속도가 느리거나, 폐 조직 내부 깊숙한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초기에는 기침이나 호흡 곤란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전혀 없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진단 시기를 놓치기 쉬운데, 오히려 손가락, 발가락, 관절 통증 등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말초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증상을 ‘암성 파라네오플라스틱 증후군(paraneoplastic syndrome)’이라 부른다. 이는 암 자체보다 암이 분비하는 화학물질, 면역 반응, 호르몬 작용 등에 의해 나타나는 간접 증상이다. 폐암에서는 곤봉증 외에도 피부 건조,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 이상한 피로감 같은 증상들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손끝이 두꺼워지거나 손톱이 아래로 구부러지는 것을 눈치챘다면, 단순 관절 문제로 보기보다 정기적인 흉부 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오른쪽에 나타나는 증상, 폐 위치와 관련될 수 있다
오른손이나 오른발에 집중되는 증상이 있다면, 이는 폐의 위치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폐는 양쪽에 있지만, 해부학적으로 오른쪽 폐가 좌측보다 부피가 크고 3엽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병변이 생길 경우 다양한 증상에 영향을 미치기 쉽다. 특히 오른쪽 폐 상엽에 병변이 있는 경우, 흉곽 주변 신경이나 림프를 자극해 말초 순환 이상이 특정 부위에 국한되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오른손과 오른발은 일상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고 말초 순환이 활발한 부위이기 때문에, 혈액 내 분비 물질이나 염증성 인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전달될 수 있다. 결국 말단 부위의 부기나 모양 변화는 폐의 이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신체의 ‘경고 반응’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수록 본질적인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정밀 진단이 중요하다.

단순 부종으로 오해하면 진단 시기 놓칠 수 있다
곤봉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손발 끝이 두꺼워지고, 눌렀을 때 통증은 없지만 둔한 불편감이 지속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관절이 뻣뻣해지거나 손끝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도 동반된다. 이런 현상은 단순 부종이나 관절염 초기 증상으로 오인되기 쉽지만, 특징은 좌우 비대칭이거나 특정 부위에만 지속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신호를 놓치고 방치한 채, 근육통이나 사용 과다 탓으로 여기면서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폐암을 비롯한 내부 장기 종양은 조기에 진단할수록 생존율이 크게 높아진다. 이상한 말단 부기나 손발의 변화가 수일~수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 정형외과적 증상으로 치부하지 말고, 흉부 X선이나 CT 검사를 함께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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