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커피는 보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음료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에 우유나 시럽, 연유, 크림 같은 당분과 동물성 재료가 첨가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때부터 커피는 미생물 증식이 가능한 ‘유지 필요 식품’으로 바뀐다. 상온에 그대로 방치하거나 마시다 남긴 걸 12시간 이상 보관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이 급격히 번식하기 시작한다.
특히 여름철 실내 온도가 25도를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박테리아가 2~3시간 만에 증식 조건을 갖추게 된다. 우유에 포함된 단백질, 당분, 수분은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여기에 카페인이 들어 있어 쓴맛으로 오염을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커피라고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유와 당분은 세균에겐 ‘영양 공급원’이다
당분과 유제품이 들어간 커피는 세균의 입장에서 보면 완벽한 영양소 덩어리다. 우유에는 단백질(카제인), 유당, 지방, 미네랄 등 세균의 증식에 필요한 요소가 모두 포함되어 있으며, 시럽이나 설탕은 세균이 빠르게 번식할 수 있는 당질 공급원이 된다. 그 결과, 상온에 방치된 라떼나 바닐라 라떼 한 잔에는 12시간이 지나면서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리스테리아균 같은 유해균이 검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식품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실온(25도)에서 보관한 우유는 6시간 이후부터 박테리아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고, 12시간이 지나면 식중독 위험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커피 안에 우유가 들어가 있는 순간, 동일한 위험이 생기는 셈이다. 아이스커피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얼음이 녹으며 물이 섞이면 세균이 더 쉽게 퍼질 수 있다.

냉장 보관해도 ‘시간’은 절대적 기준이다
일부는 당분이나 우유가 들어간 커피를 냉장고에 넣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냉장은 세균 번식 속도를 느리게 만들 수 있지만, 완전히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실제로 냉장고 내부에서도 저온성 박테리아는 꾸준히 증식하며, 특히 열처리 되지 않은 우유가 사용되거나 제조 후 시간이 오래 지난 커피는 냉장 보관 상태에서도 12시간이 넘으면 품질이 떨어지고 세균 오염 가능성도 높아진다.
또한 시판 커피 음료 중 일부는 얼음을 넣지 않은 채 바로 냉장 보관하거나, 테이크아웃 후 몇 시간 냉장 보관한 뒤 마시기도 한다. 이때 제조 직후부터 냉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초기부터 상온에 있었던 시간도 모두 위험 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 즉, 냉장 보관을 해도 ‘제조 후 12시간’이라는 기준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식중독 외에도 위장 장애, 장염 유발 가능성 있다
문제가 되는 건 단순히 맛이 변한다는 정도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 상한 커피에는 살모넬라,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 바실러스 세레우스 같은 식중독 유발균이 포함될 수 있고, 이들은 위경련, 복통, 구토, 설사 같은 급성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 어린이,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또한 눈으로 확인되지 않고 맛도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오래된 커피를 무심코 마시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상한 우유나 설탕이 들어간 음료는 장 점막을 자극하고, 염증 반응을 유도할 수 있으며, 반복될 경우 만성 장 질환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냉장 상태라고 해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12시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권장사항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는 필수 기준이다.

음료 보관은 ‘시간’ 기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음료를 안전하게 섭취하기 위해선 온도보다 시간 기준을 우선해야 한다. 커피에 우유나 시럽이 들어갔다면, 마시는 시간은 제조 직후 6시간 이내, 최대 12시간 이내를 절대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 테이크아웃 제품이라면, 받은 즉시 마시거나 반 이상 남겼을 경우엔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뚜껑을 열었다 닫은 음료는 공기 중 세균에 더 노출되기 때문에 재사용이나 다음 날 마시는 건 위험할 수 있다.
가정에서도 직접 만든 연유커피, 라떼류는 꼭 유리병이나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고, 당일 안에 마시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커피라고 해서 무조건 오래 마실 수 있다는 인식은 바꿔야 하며, 특히 유제품이 들어간 음료는 ‘음료’라기보다는 ‘냉장 보관식품’처럼 다뤄야 한다. 안전한 커피 생활을 위해선 12시간 이내 섭취라는 단순한 원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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