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에 피가 섞인 ‘혈뇨’는 흔히 육안으로 붉게 보이는 경우를 떠올리기 쉽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적혈구가 소변에 섞인 상태인 ‘미세혈뇨’ 또한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상 신호다. 특히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된 미세혈뇨는 중장년층에서 요로계나 신장 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어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세란병원 비뇨의학과 김경종 부장은 “미세혈뇨는 일반 건강검진에서 시행하는 소변 요화학검사 또는 현미경 검사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으며, 현미경 시야(hpf)당 적혈구가 3개 이상 보일 경우 진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1회성 검출만으로 단정하긴 이르며, 운동이나 탈수, 생리 등에 의한 일시적 소견일 수 있어 반복 확인이 중요하다. 그러나 2회 이상 반복적으로 미세혈뇨가 확인된다면 영상검사나 방광경 등을 포함한 정밀검사를 통해 근본 원인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세혈뇨는 발생 원인에 따라 사구체성 혈뇨와 비사구체성 혈뇨로 나뉜다. 사구체는 신장에서 혈액을 여과하는 역할을 하며, 이 기능에 이상이 생길 경우 적혈구가 소변으로 유출된다. 대표적인 원인 질환은 IgA 신병증, 급성 사구체신염, 루푸스 신염 등이며, 단백뇨가 함께 나타날 경우 신장 질환의 진행 가능성이 높아 조직검사가 권장된다.
반면 비사구체성 혈뇨는 방광, 요도 등 요로계의 질환에서 흔히 나타나며, 방광염, 요로결석, 전립선비대증, 방광암 등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요로결석은 옆구리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방광암은 60대 이상 흡연자에서 유의해야 할 주요 질환이다.
김경종 부장은 “특히 중장년층에서는 미세혈뇨의 원인 감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60대 이상에서 반복적으로 미세혈뇨가 관찰될 경우, 방광경이나 영상검사를 통해 방광암 등 종양성 병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요로계 질환에 의한 혈뇨는 종종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며, 배뇨통, 빈뇨, 통증 등을 동반할 수 있다”며 “하지만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아 혈뇨가 단순히 반복될 경우라도 방치하지 말고 전문 진료를 통해 조기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사구체성 질환은 병이 진행되면 신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단백뇨 동반 여부 역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미세혈뇨와 단백뇨가 함께 발견되면 신장 질환이 이미 진행 중일 수 있으며, 이 경우엔 신장 조직검사와 함께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김 부장은 “혈뇨는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때로는 암이나 중증 신장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며 “비뇨의학과에서 조기에 정확한 감별 진단을 받고 원인 질환에 따라 맞춤 치료를 받는다면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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