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론 떡밥으로 유명한 적색 초거성 베텔기우스(Betelgeuse)에 단짝이 실존한다는 관측 결과가 나왔다. 오리온자리 1등성 베텔기우스의 동반성이 실제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연구센터(ARC)는 최근 공식 SNS를 통해 베텔기우스의 동반성 오리온자리 알파별 B(Alpha Ori B), 이른바 베텔버디(Betelbuddy)를 특정했다고 전했다.
오리온자리 오른쪽에 자리한 적색 초거성 베텔기우스는 광량이 수시로 변하는 등 미스터리가 많은 천체다. 일부 종말론자들은 베텔기우스가 초신성이 되면서 지구가 멸망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구에서 약 724광년 떨어진 베텔기우스는 태양보다 대략 10만 배 밝아 밤하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별 중 하나다. 800만 년 전 탄생해 이미 수명이 다한 베텔기우스는 2019~2020년 눈에 띄는 감광 현상으로 화제가 됐다. 이후 밝기를 되찾았지만 그 원인을 두고 동반성 가설이 힘을 받는 상황이다.
미국 플랫아이언 연구소와 HUN-REN 헝가리 리서치 네트워크 등 국제 연구팀은 지난해 9월 논문을 내고 약 6년(2170일) 주기로 베텔기우스의 광량이 변하는 이유는 숨어있는 동반성이라고 주장했다.
ARC 행성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플랫아이언 연구소의 가설이 맞는지 검증에 나섰다. 그 결과, 많은 학자들이 추측해 온 베텔기우스의 동반성 베텔버디는 아직 중심핵에서 수소 핵융합이 시작되지 않은 극히 젊은 창백한 별임을 알아냈다.

ARC 행성학자 엘리스 풀란 연구원은 “베텔기우스의 밝기는 400일과 6년 두 주기로 천천히 변동한다. 6년 주기 변동은 동반성이 원인으로 생각된다”며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허블우주망원경이나 찬드라 X선 망원경 탐사를 시도했지만 결정적 증거는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하와이 제미니 북망원경을 이용한 스펙클 이미징(speckle imaging)에 희망을 걸었다. 스펙클 이미징은 난류의 영향 하에서 짧은 노출로 이미지를 다량 촬영하고 분석해 고품질 천체 이미지를 얻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베텔기우스 주변의 창백한 동반성 베텔버디를 포착했다.
엘리스 풀란 연구원은 “처음으로 존재가 확인된 베텔버디의 빛은 베텔기우스보다 6등급 어둡고 질량은 태양의 1.5배 정도로 추측된다’며 “아직 중심핵에서 수소의 핵융합이 시작되지 않은 극히 젊은 별, 즉 A형이나 B형 전주계열성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텔기우스와 베텔버디의 거리는 약 4천문단위(약 6억㎞)로 태양-지구 거리의 4배에 불과하다”며 “이 때문에 베텔버기가 베텔기우스의 팽창한 대기 안쪽을 통과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텔기우스 같은 초거성 바로 옆을 공전하는 동반성의 존재를 입증한 성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베텔기우스의 밝기가 6년 주기로 변동하는 오랜 수수께끼에 대한 답에 한 발 다가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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