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팸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통조림 햄이다. 짭조름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 조리의 편리함 덕분에 아침 반찬, 도시락, 간편식에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이 스팸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가공육으로 분류됐고, 1군 발암물질로 공식 지정되어 있다.
문제는 스팸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가공과정과 조리방법에서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는 조건이 모두 갖춰져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스팸과 같은 질산염 함유 가공육을 고온에서 조리하거나 탄수화물과 함께 섭취할 경우 체내에서 유해물질 생성이 활성화된다는 점이 지적된다.

스팸 속 ‘질산염’이 체내에서 N-니트로소 화합물로 바뀐다
스팸은 제조과정에서 질산나트륨(NaNO₂) 같은 보존제를 사용하는데, 이는 고기를 장시간 보관하면서도 색과 맛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물질이 체내의 아민류(단백질 대사산물)와 만나면 ‘N-니트로소 화합물’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로 전환된다. 특히 위산 환경이 강한 위장에서 이런 화합물 형성이 잘 일어나며, 위암, 대장암 등의 발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다수의 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게다가 이 화합물은 섭취 직후 생성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몸속에 잔류하면서 조직에 염증을 유발하고 세포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스팸을 자주 먹는 사람일수록 이 발암물질이 반복적으로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는 뜻이다.

흰밥과 함께 먹으면 ‘혈당스파이크’와 함께 독성작용이 증폭된다
여기에 흰밥이 함께 곁들여지면 문제가 더 커진다. 흰쌀밥은 정제 탄수화물로,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식품이다. 이런 고혈당 상태는 체내의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염증 반응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 상황에서 스팸 속 나트륨과 발암물질 전구체가 함께 들어오면, 몸은 이를 배출하기보다 조직 내 축적하거나, 만성 염증과 산화 손상으로 연결시키는 패턴을 보이게 된다.
실제로 고혈당과 가공육의 동시 섭취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대사질환과 암의 위험을 함께 올리는 조합으로 지목된다. 즉, 흰밥 위에 스팸을 올려 먹는 조합은 단순히 짠 음식 + 탄수화물의 조합이 아니라, 발암물질의 활성화 + 염증 환경 가속화라는 측면에서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스팸은 고온 조리 시 ‘헤테로사이클릭아민’도 생성된다
스팸은 보통 프라이팬에 구워 먹거나 에어프라이어에 조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발암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 바로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이라는 화합물이다. 이 물질은 단백질이 150도 이상의 고온에서 조리될 때 생성되며, 특히 표면이 갈색으로 탄화될 때 농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스팸은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모두 높아, 고온 조리 시 HCA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같은 물질이 함께 생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물질들은 DNA 손상을 유도하고, 유전자 돌연변이를 촉진하는 1차적 독성 경로로 작용한다. 단순히 배탈이나 소화불량이 아니라, 수년간 반복적 노출 시 암 발생 위험을 유의미하게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대안은 단백질과 섬유질 중심 식단으로의 전환이다
무조건 스팸을 끊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빈도와 조합이다. 스팸을 자주 먹고, 그것을 정제 탄수화물과 함께, 또 고온에서 조리해 먹는 식습관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 대신 저염 햄이나 무질산염 햄, 닭가슴살, 삶은 계란 등 가공이 덜 된 단백질 식품으로 대체하고, 흰밥 대신 잡곡밥이나 귀리밥처럼 혈당지수가 낮은 탄수화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조리 방법도 중요하다. 프라이팬에 바삭하게 굽는 방식보다는 전자레인지로 가볍게 데우거나, 기름 없이 조리하는 방식이 발암물질 생성을 최소화하는 데 유리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가공육의 ‘일상화’를 피하고 식단의 기본을 자연식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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