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음료 중 하나다. 항산화 성분과 카페인이 적당량 들어 있어 기억력 개선, 피로 해소, 대사 촉진 같은 긍정적인 효과도 많다. 실제로 적당한 커피 섭취는 제2형 당뇨병이나 파킨슨병, 간 질환 예방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커피에는 카페스톨(cafestol)과 카웨올(kaweol)이라는 특정 지질 성분이 포함되어 있고, 이 성분들이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주요 요인이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바로 내린 커피, 특히 프렌치프레스, 이브릭, 메탈 필터 방식의 커피는 이 두 성분이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남기 때문에 매일 마시면 심혈관계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럴 때 대안으로 주목되는 것이 바로 종이 필터다.

종이 필터는 해로운 지질 성분을 효과적으로 걸러낸다
종이 필터는 단순히 커피 가루를 거르는 도구가 아니라, 커피에 포함된 유해 지질 성분을 여과해주는 역할도 함께 한다. 위에서 언급한 카페스톨과 카웨올은 커피 기름 속에 녹아 있는 지용성 성분인데, 이들은 종이 필터의 섬유 조직을 통과하지 못한다. 즉, 드립 커피처럼 종이 필터를 사용하는 방식은 이런 지질 성분의 체내 흡수를 9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의 연구에서는 매일 프렌치프레스 커피를 마신 사람은 필터 커피를 마신 사람보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8~10%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도 있다. 단순히 맛이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을 고려한다면 종이 필터는 매우 유의미한 선택지가 된다.

고혈압·고지혈증 환자에겐 반드시 종이 필터가 필요하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사람, 혹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엔 커피의 섭취 방식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카페스톨은 체내에서 간의 담즙산 생성을 억제하고, 콜레스테롤 재흡수를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 물질이 걸러지지 않은 커피를 반복 섭취하면 혈중 지질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다.
특히 LDL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에게는 커피 자체보다 여과 방식이 훨씬 중요한 변수가 된다. 종이 필터는 카페인을 제거하진 않지만, 이런 지질 성분은 거의 대부분 걸러내기 때문에 약을 복용 중이거나 심혈관계 질환 관리 중인 사람에게 안전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맛은 약간 순해질 수 있지만, 건강 관점에선 장기적으로 현명한 선택이다.

종이 필터는 카페인의 흡수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종이 필터는 카페인을 직접 제거하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카페인의 흡수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종이 필터는 커피의 기름을 걸러내는 동시에, 미세한 입자와 고형물까지 걸러내면서 전체 커피의 질감을 더 깨끗하게 만든다. 이런 커피는 위 점막에 자극을 덜 주고, 카페인이 급속도로 흡수되는 걸 막아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각성 효과를 준다.
즉, 같은 양의 커피를 마셔도 속쓰림이나 심장 두근거림이 덜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커피 기름에는 장 운동을 자극하는 성분도 포함돼 있어, 민감한 사람의 경우 장 트러블이나 복부 불편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종이 필터를 사용한 커피는 이런 자극성 요소를 줄여 하루 두세 잔 정도까지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해준다.

커피를 끊을 수 없다면 ‘내리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커피가 몸에 나쁘다고 단정짓는 건 과장이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마시느냐, 어떤 상황에서 마시느냐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특히 하루 3잔 이상 커피를 마신다면, 당분간은 카페인을 줄이기보다 커피를 여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확연히 낮출 수 있다.
종이 필터는 드립 커피 외에도 최근엔 커피메이커나 일부 캡슐 커피에서도 적용되고 있으며, 접착제 없는 무표백 천연 필터를 사용하면 환경 부담도 덜 수 있다. 결국 커피를 끊을 수 없다면 포기하지 말고 방식만 바꾸면 된다. 마시는 커피 한 잔이 하루 혈관 건강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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