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기차, 한국 넘었다더니…끝내 ‘치킨게임’ 속 흔들린 성장 신화의 민낯”
전 세계 EV 판 흔든 중국, 320조 보조금의 끝
중국 전기차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정부가 320조 원에 달하는 보조금과 초대형 금융지원을 쏟아부으며 미친 듯이 팽창해 왔다. 저가 공세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2023년 전 세계 전기차 점유율 1위에 등극했고, 2024년 기준으로 전체 글로벌 EV 시장에서 중국산이 60%가 넘는 지배력을 보여줬다.
한 해 전기차 판매량만 1,100만 대를 돌파해 내연차 신차 판매의 절반에 육박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현대자동차·기아, 미국 테슬라조차 “중국산 전기차 저가 파상공세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나올 정도였다. 유럽과 한국, 심지어 일본까지 중국산 전기차 ‘MG’, ‘BYD’, ‘지리’ 등이 본격 진입하며 ‘이제 진짜 판이 바뀐다’고 평가받았다.

‘보조금 중단’의 역설…밀어붙인 진출, 멈춘 성장
그러나 2023년, 중국 정부가 본격 보조금 축소 및 폐지 카드를 꺼내 들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2024년부터 각종 실구매가 인상, 내수 부진, 과잉 생산, 재고 누증, 기업 부채 증가 문제가 동시에 터져나온 것이다. 한때 500개에 달하던 EV 스타트업은 현재 100개 수준으로 줄었고, 맥킨지 전망대로 향후 10여 개 브랜드만 살아남을 것이란 ‘혈투의 시장’이 됐다.
보조금 중단 후 차량값은 상향 조정됐고, 저마다 치킨게임을 벌이듯 최대 47%까지도 할인 판매를 감행했다. 심지어 신차가 중고차보다 싸게 팔리는 ‘역전 현상’도 벌어졌다. 중국 당국은 2025년 들어 EV 업체 대표들을 소집해 “원가 이하 출혈경쟁을 자제하라”는 비상지시까지 내린 상황이다.

압도적 생산, 안 팔리는 차…“파산·합병 도미노”
과잉생산과 수요 둔화로, BYD를 위시한 대부분 기업은 재고와 부채 부담에 허덕인다. BYD의 부채 규모만 올해 76조 원을 넘어섰고, 나머지 업체들도 재무 건전성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 EV 제조사 90%가 적자상태에 빠졌고, 하이파이(HiPhi), WM모터스, 아이웨이즈 등은 파산 및 생산중단 수순으로 내몰렸다.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딜러사에 강제로 물량을 할당하고, 일반 매장에서도 직접 판매하며 ‘딜러 생태계 붕괴’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과잉생산은 자동차를 ‘팔아야만’ 연명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고, 신규 진입 창업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무이자 대출, 외상 결제 등 공급망 금융을 최대로 활용하며 현금 유동성을 버티고 있지만, 마이너스 운전자본 상태인 회사가 대부분이다. 협력사 대금 미지급, 부품 공급 불안 등으로 산업 전반이 ‘위기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다.

“내수 어렵다, 수출로 돌진”…韓·유럽·동남아 공략전
이제 중국 업체들은 쌓인 재고와 성장 정체를 탈피하기 위해 수출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상반기 전기차 수출은 연간 60% 성장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유럽·남미·동남아 등 신흥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2024년 하반기부터 유럽연합(EU)이 중국산 EV에 상계관세(최대 45%)를 부과하고, 미국도 고율 관세와 보조금 제한을 하는 등 본격 견제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확장도 쉽지 않아졌다. 신차보다 싼 중고차, 유럽 현지 공장 투자 확대, 각종 현지화 전략 등 ‘출혈 확장’의 양상이다.
한국 시장 역시 본격적인 전장이다. 테슬라, 현대, 기아차도 저가 모델, 중소형 SUV, 소형 트럭 부문에서 중국산 EV와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일부 국내 중소 부품사는 오히려 수주 감소, 적자 악화로 “진짜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글로벌 부품사와 IT업체, 배터리 기업까지 “생존 전쟁”의 한복판에 놓였다.

남은 건 초대형 구조조정과 ‘소수만 남는 미래’
결국 2025년 현재, 중국 EV 시장은 대규모 구조조정(생존경쟁) 국면에 진입하며, 향후 3~5년 내 BYD, 지리, 창안, 샤오펑, 니오 등 소수 대기업 계열만 글로벌 플레이어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술력, 원가 경쟁력을 둘 다 갖추지 못하면 도태되는 ‘적자생존’ 공식이 현실화되고 있다. 테슬라조차 가격인하 전략 실패 이후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는 전략으로 돌아섰으며, 중국 내 시장 점유율도 하락세다.
비야디 등 소수 업체만 이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을 뿐, 90%에 달하는 나머지 기업들은 구조조정, 파산, 인수수합의 위기에 내몰릴 전망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여겨졌던 중국 전기차 세력은, 이제 ‘치킨게임’과 공급망 붕괴라는 이중고에 흔들리고 있다.

판은 또 바뀌었다, 끝나지 않은 도전
2025년 중국 전기차 산업은 확실히 한 시대를 뒤흔들었지만, 무한팽창의 신화가 급성장-과잉-구조조정의 교과서적인 ‘시계추’로 돌아서고 있다. 보조금 없이 살아남는 ‘진짜’만 살아남는 시대, 그 과정에서 한국 역시 기술·원가·글로벌 전략 모든 면에서 진짜 승부가 시작되고 있다.
중국 전기차는 남을 수도, 무너질 수도 있다. 판은 매번 바뀌지만, 이 치킨게임을 넘어선 강자만이 미래 EV 시장의 진정한 주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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