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동안 상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히면서 호흡이 잠시 중단되는 증상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심한 코골이, 수면 중 숨 멈춤, 잦은 각성, 만성 피로, 아침 두통 등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를 단순한 ‘잠버릇’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무호흡 상태가 단순히 수면 질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심혈관계 질환, 대사질환, 그리고 면역체계 기능 저하까지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전신 건강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장기간 방치되면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인 면역세포의 균형과 반응력이 약화되며, 감염 질환에 더 쉽게 노출되는 상태로 바뀐다.

수면 중 반복적인 산소 부족이 면역 반응을 억제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지속되면 수면 중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특히 무호흡이 반복될수록 혈액 내 산소 농도가 불안정해지고, 이는 곧 면역세포의 대사 작용에 영향을 미쳐 전신적인 면역 반응을 둔화시킨다. 정상적인 조건에서는 T세포, 자연살해세포(NK 세포), 대식세포 등이 외부 병원체나 암세포 등을 인식하고 제거하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수면 중 산소 부족은 이러한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방해하고 염증 억제 능력도 떨어뜨린다.
결과적으로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지고, 자가면역질환이나 암 발생의 위험까지 높아진다. 면역 체계는 ‘산소’라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복잡한 시스템이며, 수면무호흡은 이를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

깊은 수면의 결핍이 면역 조절 호르몬을 혼란시킨다
면역 기능은 단순한 세포 반응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면 중에는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다양한 호르몬이 분비되며, 특히 멜라토닌, 성장호르몬, 코르티솔의 균형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깊은 수면(3단계 NREM 수면)과 렘수면이 반복적으로 깨지게 되며, 이로 인해 멜라토닌 분비가 불안정해지고 면역세포의 사이클이 교란된다.
또한 수면의 질이 낮아지면 코르티솔 수치가 과도하게 높아지는데, 이는 염증 반응을 억제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면역력 저하, 감염 취약성, 염증성 질환 악화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즉, 깊은 잠을 못 자는 상태 자체가 면역계의 구조적인 흐름을 무너뜨리는 셈이다.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자가면역 질환 위험을 키운다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히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체내에서 만성 염증 상태를 유발한다는 점도 문제이다. 무호흡 중 재호흡 시 반복적으로 자극되는 기도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증가시키며, 전신의 염증 수치인 CRP, IL-6, TNF-α 수치도 높아진다. 이러한 저강도 염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자가면역 질환의 위험이 커지며,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면역 오작동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갑상선염 등 자가면역 질환이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서 높은 빈도로 발견된다는 연구들도 있다. 즉, 단순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서 면역 시스템이 과잉 반응하거나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수면무호흡증의 심각한 후속 결과이다.

면역 유지 위해선 조기 진단과 수면 환경 개선이 핵심이다
수면무호흡증은 방치할수록 전신에 걸쳐 복잡한 문제를 일으키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 수면 중 무호흡이나 심한 코골이가 반복될 경우에는 수면다원검사(PST)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경증이라면 수면 자세 교정, 체중 감량, 수면 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증상이 완화될 수 있으며, 중증일 경우 양압기(CPAP) 등의 장비 사용이 필요하다.
또한 면역을 회복하려면 일정한 수면 리듬을 유지하고, 멜라토닌 생성이 활발한 밤 10시~새벽 2시 사이에 깊은 수면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면역은 하루아침에 회복되지 않으며, 수면의 질을 회복하는 것이 면역 복원과 건강 회복의 첫걸음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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