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국 업체까지 버리고 폴란드가 K2전차 선택한 이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안보 위기의식이 고조된 유럽에서 폴란드는 자국 방산기업을 제쳐두고 한국의 K2 전차를 선택했다. 국산 전차 개발을 오랫동안 추진해온 폴란드가 이례적으로 외국산 무기를 대규모로 도입한 배경에는 단순한 기술력 이상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

급박한 전력 공백…폴란드가 한국에 손 내민 결정적 이유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폴란드는 자국의 구소련제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대거 지원하면서 전차 전력이 급속히 감소했다. 구형 T-72, PT-91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넘긴 대가로 자국의 전차 공백이 발생했고, 이는 즉각적인 보완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당시 유럽 내에서는 단기간에 대량 생산 가능한 전차 공급처가 마땅치 않았으며, 독일의 레오파르트2는 생산 및 납기 문제로 적합하지 않았다. 이때 한국의 K2 전차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이미 수백 대 단위의 전차 생산 경험이 있고, 납기 준수 능력이 입증되어 폴란드의 전력 공백을 가장 빠르게 메워줄 파트너로 낙점됐다.

독일제 레오파르트의 한계…생산 속도와 정치적 유연성 차이
폴란드는 처음에는 독일제 레오파르트2 전차 추가 도입을 고려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의 수출 승인 절차는 복잡하고, 무기 계약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기 쉬웠다. 반면 한국은 무기 수출에 있어 훨씬 유연하고 빠른 결정을 할 수 있었으며, 1차 계약 이후 단 5개월 만에 실물 전차를 폴란드에 인도했다.
이는 유럽 내 어느 국가도 달성하지 못한 속도였고, 폴란드 입장에서는 안보 위기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전장에선 우선이다.

폴란드형 K2PL로 진화…기술이전·현지 생산 조건까지 확보
K2 전차 도입의 또 다른 핵심은 ‘기술이전’이었다. 한국은 K2 전차를 단순히 완제품으로 수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 및 공동 개발 조건을 계약에 포함했다. 폴란드는 K2GF 180대를 도입한 1차 계약에 이어, 2차로 K2PL 64대를 자국에서 처음 양산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부마르 등 자국 방산기업이 참여하며 생산 거점을 폴란드로 이전하게 되었고, 향후 유럽 내 전차 생산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도 열렸다. 이는 단순 구매를 넘어 산업 전략 차원에서도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자국 산업보다 안보와 실용 선택…정치적 논란도 불사
폴란드는 과거에도 PT-91 전차 등 자국 방산산업 기반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이번에는 예외였다. 안보를 위한 실용주의 노선이 그만큼 강력했다. 내부적으로는 “왜 국내 기업을 버리고 외국 무기를 택하냐”는 반발도 있었지만, 정부는 실전 경험과 납기 속도, 전략적 제휴 등을 이유로 K2 선택을 정당화했다.
특히 K2 전차는 나토 표준에 맞는 장비로 개량이 가능하고, 유럽의 다른 국가에도 수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기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확장되는 유럽 네트워크…K2의 전략적 수출 모델로 주목
폴란드는 K2를 단순 구매가 아닌 플랫폼 기반 전략자산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향후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등 인접 국가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실제로 K2PL 전차는 유럽형 전차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기술이전 및 협업 모델은 다른 국가와의 무기 협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한국에게도 이번 수출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방산 수출의 ‘새 모델’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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