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겹살, 갈비, 스테이크처럼 노릇하게 구운 고기에는 특유의 풍미와 식감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고기를 고온에서 조리할 때 생성되는 ‘헤테로사이클릭 아민(HCA)’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도 잠재적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이다.
이들은 단백질이 고열에 노출될 때 변성되면서 발생하며, 고기를 태우거나 겉을 바삭하게 익히는 조리 방식에서 더 많이 생성된다. 특히 석쇠나 프라이팬 위에서 오랫동안 고온으로 조리할수록 그 양은 급격히 늘어나며, 해당 물질은 장기적으로 위암, 대장암, 췌장암 등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기 익히기 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발암물질이 줄어든다
이러한 발암물질을 줄이기 위해 고기를 굽기 전에 전자레인지로 ‘선조리’하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전자레인지로 고기를 약 60~90초간 가열하면 육즙과 함께 단백질 내의 아미노산이 일부 빠져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고온 조리 시 HCA가 생성될 수 있는 ‘전구체’ 물질이 미리 제거된다.

실제로 미국 농무부(USDA) 산하 식품안전연구소에서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고기를 전자레인지에 선조리한 후 구웠을 때 HCA의 생성량이 최대 9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조리 순서 하나만 바꾸는 것만으로도 발암물질의 생성 자체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실용적이며 의미 있는 예방법이다.

전자레인지 조리는 단백질 구조 변화에 유리하다
전자레인지는 고주파 전자파를 이용해 식품 내부의 수분을 진동시켜 열을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이때 고기의 내부에서부터 균일하게 가열되기 때문에 겉은 익지 않았더라도 속은 어느 정도 익은 상태가 된다. 그 결과 단백질 변성이 먼저 일어나고, 이후 표면을 굽더라도 고온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아져 유해물질 생성 여지가 크게 줄어든다.

반면 생고기를 바로 센 불에 굽는 경우에는 단백질이 불완전 연소 상태에서 변형되며, 그 과정에서 유해 화합물이 다량 생성될 수 있다. 즉, 전자레인지 선조리는 고기 속 단백질의 조리 반응을 더 안전하게 바꾸는 과정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기름 줄고 연기 적어져 조리 환경도 개선된다
전자레인지 선조리는 단지 발암물질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기를 미리 전자레인지에 익히면 겉을 바짝 익히기 위한 조리 시간이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고기에서 튀는 기름이나 연기 발생도 감소한다. 기름이 불판에 떨어져 타면서 생성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역시 줄어들게 되며, 이는 조리자의 호흡기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실제로 미국암학회에서는 고기를 조리할 때 굽기보다는 삶거나 찌는 방식, 혹은 선조리 후 굽기를 추천하고 있다. 또한 기름 튐이 줄어들어 청소 부담이 줄고, 굽는 시간도 짧아지기 때문에 주방 환경 전반이 쾌적해지는 부가적인 이점도 있다.

일상 속 발암물질 노출 줄이는 가장 쉬운 실천법
암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 개선은 어렵거나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고기를 굽기 전 단 1분만 전자레인지에 익히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장기적인 발암물질 노출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와 고령자가 함께 식사하는 가정에서는 조리 방식 하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불에 탄 고기의 풍미를 선호하더라도, 굽는 시간은 짧게, 온도는 중불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 선조리 습관이 가장 효과적인 방어선이 될 수 있다. 매일 먹는 식탁에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장 쉬운 선택은 조리 방식을 조금만 바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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