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폭염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람일수록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빨라지고, 실제로는 나이보다 평균 2.5살 더 늙어 보이는 결과를 보인다고 발표됐다. 이는 단순히 땀을 많이 흘리고 피로한 것을 넘어, 체내에서 일어나는 세포 단위의 노화 반응이 가속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폭염은 신체의 항상성을 위협하며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도하고, 이로 인해 세포 내 손상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강한 열에 자주 노출되면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이 약해지고, 유전자 수준의 노화도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이는 고온 스트레스가 일상적인 환경요인 중에서도 매우 강력한 ‘노화 가속인자’임을 보여준다.

체내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가 핵심 기전이다
폭염은 체온 조절을 위한 심혈관, 땀샘, 호흡기계의 부담을 극단적으로 증가시키며, 이 과정에서 체내에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급격히 분비되고,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발생한다. 이렇게 생긴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는 세포막과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키며, DNA 복구 능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염증 반응이 지속되면 면역계의 과잉 활성화로 인해 조직 손상이 가속화되며, 이는 실제 피부, 혈관, 장기 기능의 노화로 이어진다. 즉, 폭염은 단순히 외부 온도의 문제가 아니라, 몸 안의 염증 수준을 높이는 ‘보이지 않는 위험’인 것이다. 실제로 만성염증은 암, 당뇨, 치매와 같은 주요 만성질환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텔로미어 단축과 유전자 노화까지 유도한다
세포의 수명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가 텔로미어(telomere)라 불리는 유전자 말단 구조다. 이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짧아지며,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죽는다. 연구에 따르면 폭염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사람들의 혈액세포에서 텔로미어 길이가 빠르게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되었고, 이는 생물학적 노화 지표로 인정된다.
쉽게 말해, 폭염은 텔로미어를 빠르게 마모시키는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그 결과 피부 탄력 저하, 면역력 약화, 심장 기능 저하 등의 문제를 앞당긴다. 이는 흡연, 과음과 같은 대표적 건강 해치는 습관과 유사한 수준의 영향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화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큰 영향을 준다
폭염은 단지 신체 기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고온 상황은 뇌의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조절에 이상을 일으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고, 수면의 질도 저하시킨다. 이로 인해 불안감, 우울감, 집중력 저하 등 심리적 노화 현상도 동반되며, 실제로 폭염기간 중 우울증이나 불면증 호소 환자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심지어 고온 상황에서는 공격성, 충동성이 증가한다는 사회심리학적 연구도 존재한다. 따라서 폭염은 심리·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며 전반적인 삶의 질을 낮추는 ‘총체적 노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순 더위 피하는 것이 아닌, 체내 열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폭염으로 인한 노화를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에어컨을 틀거나 외출을 피하는 것을 넘어서, 체내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를 줄이는 방향으로 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은 항산화 식품의 섭취이다. 비타민 C, E, 셀레늄,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은 활성산소 제거에 도움을 준다.
또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하고, 고온 환경에서도 체온이 급격히 오르지 않도록 천천히 움직이고 시원한 환경을 확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무더운 날씨에 과도한 운동이나 음주, 흡연, 자극적인 식단을 피하는 것이다. 이런 생활 습관은 폭염과 시너지를 일으켜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폭염은 기후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의 문제로 바꿔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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