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은 분명 건강한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일정한 체중 조절 효과를 볼 수 있는 간단한 습관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오래 씹기’다. 실제로 일본 규슈대학과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등 여러 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식사 속도가 느린 사람일수록 체지방률과 체질량지수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식사를 하더라도 얼마나 천천히 먹느냐에 따라 섭취 열량, 포만감, 호르몬 분비 등에서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지 못하는 환경일지라도, 식사 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체중 감량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실용적인 접근이다.

오래 씹으면 ‘포만 호르몬’이 빨리 분비되어 과식을 막는다
우리 뇌가 식사 후 포만감을 인지하는 데는 평균적으로 15~20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렙틴(leptin), 펩타이드 YY, GLP-1과 같은 ‘포만 호르몬’이다. 오래 씹을수록 이들 호르몬의 분비가 빨라지고 강하게 유도되어,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음식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빨리 먹을수록 포만 신호가 늦게 전달되어 불필요한 양까지 계속 먹게 되는 과식을 유발한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한 입당 30회 이상 씹기’를 실천한 그룹이 일반적인 식사 습관을 가진 그룹보다 평균 섭취 열량이 10~15% 낮았다는 결과가 확인되었다. 이는 단순히 칼로리를 줄인 것이 아니라, 신체 내부의 식욕 조절 메커니즘을 활용한 것이다.

혈당 상승 속도가 느려져 지방 축적도 줄어든다
천천히 먹고 오래 씹을 경우,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현상도 억제된다. 빠르게 먹으면 소화 효소가 음식과 충분히 반응할 시간을 갖지 못해, 탄수화물이 빠르게 흡수되고 혈당이 급상승하게 된다. 이때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여분의 당을 지방으로 저장하게 되며, 이는 복부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을 유도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반면, 오래 씹을 경우 침 속의 아밀라아제가 먼저 음식물의 당분을 분해해 천천히 소화되도록 도와주며, 이는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당뇨병 전단계나 대사증후군을 가진 사람에게는 오래 씹는 습관 하나만으로도 혈당 관리가 수월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씹는 동안 칼로리를 더 소모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놀랍게도 ‘씹는 행위’ 자체가 칼로리를 소모하는 신체 활동 중 하나이다. 물론 그 양은 크지 않지만, 반복성과 일상성 덕분에 누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씹는 동안 턱 근육뿐 아니라 소화기관의 연동운동이 활성화되고, 에너지 소비가 발생한다.
또 연구에 따르면 오래 씹을수록 뇌의 전두엽과 시상하부가 자극되어 집중력과 대사 기능이 함께 활성화된다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즉, 씹는 행위는 단순한 식사 과정이 아닌, 에너지 대사와도 연결된 활동이다. 운동 대신 의자에 앉아 식사하는 시간이 신체 대사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래 씹기는 매우 경제적인 체중 관리법이다.

식사 습관을 바꾸기 위한 실천 전략이 필요하다
오래 씹는 습관은 알고도 실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습관이 되지 않으면 의식하지 않는 한 쉽게 빠르게 먹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 전략이 유용하다.
첫째, 음식을 한 입 먹을 때마다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잠시 내려놓는 방법이 있다.
둘째, ‘한 입당 20회 이상 씹기’를 목표로 삼되 점진적으로 횟수를 늘리는 방식이 좋다.
셋째,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식사하는 습관을 줄이고, 식사에 집중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음식의 식감이 다양한 채소, 견과류 등을 함께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오래 씹는 행동이 유도된다. 이처럼 간단한 변화가 체중과 대사 건강에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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